1 키워드 - 세분화
소득따라 3계층 분류…1·2·3급 도시민 타깃을
2 키워드 - 적당품
프리미엄 흉내 금물…싸고 괜찮은 제품 승부를
3 키워드 - 현지 M&A
해외직접투자 증가 추세…지분인수가 실패율 적어
中 도시화율 51%. 2011년 기준
롯데백화점은 오는 9월 쓰촨성 청두에 중국 4호 백화점인 청두환구중심점을 개장한다. 앞서 톈진에 2개, 산둥성 웨이하이에 1개 점포의 문을 연 롯데백화점은 중국 사업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에 첫발을 내디뎠으나 소비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문을 열어 한동안 고생했다. 결국 왕푸징점을 매각해야 했다.
미국 이베이는 지난 5월 시우닷컴과 손잡고 중국 시장에 재진출했다. 중국 전자상거래 1위인 알리바바 등에 밀려 2006년 시장에서 철수한 지 7년 만이다. 이베이는 캘빈클라인, 코치 등 미국산 매스티지(대중 명품)에 대한 중국 중산층의 수요를 겨냥, 백화점보다 싸게 공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영국 패션브랜드 폴스미스도 지난해 5월 상하이에 대형 매장을 다시 열고 재도전에 나섰다.
13억 중국 소비자를 향한 글로벌 기업의 구애가 이어지지만 여전히 희비가 엇갈린다. 국내 기업만 해도 이랜드, 오리온 처럼 안착한 기업이 있는가 하면 이마트처럼 고전하는 곳도 적지 않다. 미국의 홈디포와 베스트바이, 독일 미디어막트 등 글로벌 소매업체들은 중국에서 줄줄이 철수했다. 중국에서 성공하는 기업과 실패하는 기업은 소비자 접근 및 제품 전략의 관점에서 무엇이 다른지 살펴봤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코칭포인트1
중국은 너무나 큰 시장, 소비자층을 세분화하라
중국은 누구나 인정하듯 세계의 시장이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시장 개방을 확대하자 앞다퉈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과 급성장한 로컬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고 있지만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술 및 브랜드에선 미국이나 유럽, 일본 기업에 미치지 못하고 원가경쟁력에선 로컬기업에 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샌드위치 신세를 회피하기보다는 이 같은 중간 위치를 기회로 삼으면 오히려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중국 시장 구조를 볼 때, 샌드위치 중간의 ‘햄’이 위아래의 ‘빵’보다 더많은 먹거리를 제공할 정도로 충분히 두텁고 성장 잠재력도 크다.
중국 시장은 구매자의 소득 수준 및 구매 패턴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프리미엄 시장으로, 선진국 기준 중상류층 이상인 고소득층이 주 고객층을 형성한다. 이들은 가격보다는 브랜드 및 품질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같은 1급 도시에 주로 거주한다. 다국적 기업이 우선적으로 공략 목표로 삼는 시장이다.
둘째는 저가 시장으로 선진국 기준 하위층에 준하는 소득 수준을 보유한 소비층이다. 4급 이하의 도시민 및 농촌지역 주민이 주 고객층으로, 이들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지닌 로컬기업이 종종 저가 시장 장악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구축한다.
셋째는 중저가 시장으로 주로 1선급 도시의 중산층, 그리고 2, 3급 도시의 부유층이 이 시장의 주요 구매층이다. 소득 분포상 중국의 중산층을 형성하지만 선진국 기준으로는 중하위층 수준으로 최고 품질 및 브랜드보다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과 기능을 가진 ‘적당품(good-enough product)’을 선호한다. 현재의 시장 규모뿐 아니라 향후 성장 잠재력 또한 가장 큰 시장이라 볼 수 있다.
코칭포인트 2
프리미엄 흉내는 금물…적당품 시장을 잡아라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 진출 때 프리미엄 시장을 종종 목표로 삼는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이 이미 진입해 있어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일반적 인상은 아직 프리미엄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현대자동차도 아직 판매의 대부분을 베르나, 아반떼, 투싼과 같은 준중형 및 그 이하급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중대형 판매는 부진한 편이다. 마찬가지로 화장품 시장에서 안착한 아모레퍼시픽 역시 주력은 라네즈나 마몽드 같은 중저가 브랜드다. 이 회사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后)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명동에서 중국 관광객에겐 잘 팔릴지 모르나 현지에서의 성과는 아직 저조하다.
이 같은 한국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고려할 때, 로컬기업 대비 뛰어난 품질 및 마케팅 역량만 믿고 프리미엄 시장을 주된 공략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결전을 시도하다 실패한 사례로는 이마트를 들 수 있다. 이마트는 당초 상하이와 같은 1급 도시에 중점 진출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폈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가 월마트, 까르푸 등 다국적 기업에 미치지 못했고 가격에서는 로컬 유통업체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적자 경영이 지속되면서 현재 중국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물론 프리미엄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한국 기업도 있다. 그러나 이때도 안주하지 않고 적당품 시장 진출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농심은 신라면을 주력 제품으로 1996년 중국에 진출한 뒤 프리미엄 봉지면을 공략해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한 매출 증대를 이뤘다. 그렇지만 전체의 95%에 달하는 중저가 시장 공략엔 실패했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점유율이 70%에 달하지만 전체 시장점유율은 4% 미만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한 삼성전자 또한 중국 스마트폰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점유율에선 18%로 전 세계 점유율에 훨씬 못 미친다. 레노버, 화웨이 등 로컬기업이 품질에선 삼성보다 떨어지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코칭포인트 3
리스크 큰 합작 대신 아예 현지기업을 인수하라
적당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중국 중산층의 비교적 낮은 소득 수준에 맞춰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가격 거품을 빼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지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진 기업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소득이 훨씬 많은 선진국 고객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중국 소비자로선 필요 이상으로 고급이면서 고가인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 기업의 제품은 덜 고급이면서 덜 고가인 경우가 많아 적당품 시장에 보다 부합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중국 시장의 구조적 특성에 맞춘 현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두산인프라코어는 사양과 기능을 단순화한 저가의 현지형 굴착기를 통해 상당 기간 중국 굴착기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기존 제품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적당품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은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중국 시장만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중저가 브랜드 또는 제품 라인을 내놓는 것이다. 중국 승용차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폭스바겐은 구형 제타 모델을 토대로 라비다(Lavida)라는 신모델을 내놨고, 이 모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단기간에 베스트셀러로 부상했다. 중국 화장품시장 2위인 시세이도(Shiseido)는 오프레(Aupres)라는 중가 브랜드로 점유율을 확대했다.
경쟁력 있는 중저가 브랜드 또는 제품 라인을 보유한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 제휴를 맺는 것도 적당품 시장 공략을 위한 유효한 방편이 될 수 있다. P&G는 ‘크레스트(Crest)’ 치약 브랜드에 더해 현지의 저명한 ‘중화’ 치약을 인수해 중저가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웠다.
중국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 중 인수합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이전 5% 남짓에 불과했지만, 이후 꾸준히 확대되면서 최근에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 운영에 애로가 많고 실패율도 높은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보다는 인수 또는 지분제휴를 통한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즈&라이프 자문위원 컨설팅
이강표 서강대 교수, 베이징대 국제경영전략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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