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당댐 초당 1만5000t 방류에도…'경고'는 없었다

입력 2013-07-16 17:29   수정 2013-07-17 04:38

노량진 배수지 참사는 人災

현장소장 "작업중단 지시 매뉴얼대로 나올줄 알았다"
근로자들 전달 못받아 참변…발주기관 서울시에도 책임



서울 노량진에서 지난 15일 발생한 상수도관 공사장 수몰 참사는 한강 수위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한 데 따른 인재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발주기관인 서울시는 팔당댐 방류량 증가로 위험이 예상됨에도 충분한 사전 대비를 하지 않아 사고 책임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상수도관 공사를 맡은 천호건설의 박종휘 현장소장은 16일 브리핑에서 “지난 5월 각 공사장에 팔당댐 수위의 변화가 있으면 현장에서 즉각 철수하라는 수방 계획이 전달됐다”며 “공사팀장에게서 15일 오후 4시13분 카카오톡으로 범람 위기 사진을 받았고 이후 작업을 임시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오후 3시께 중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팔당댐이 방류량을 종전 초당 7000~7500에서 1만5000여까지 늘리면서 한강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박 소장은 작업 중단 지시가 하도급업체 관리자에게 전달되거나 현장 근로자들에게 통보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공사를 맡은 하도급 업체인 동아지질 측은 “직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철수하라는)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결국 대피 지시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일곱 명의 현장 근로자가 1시간여 후인 오후 5시25분께까지 작업을 계속하다 불어난 한강물에 휩쓸려 한 명이 사망하고 여섯 명이 실종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감리회사인 건화의 이명근 감리단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역류할 수 있는 물이 높이 1m 이상 남아 있었고, 당연히 매뉴얼대로 근로자들이 빠져나올 줄 알았다”고 말해 아무런 사전 조치가 없었음을 시인했다.

공사 발주기관인 서울시는 사고 책임을 감리회사와 시공사의 과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공사를 현장 감리단에 모든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는 ‘책임감리제’로 시행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서울시의 사전 대책도 허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당일 오전 10시께 현장 책임자에게 안전관리를 당부하는 전화를 했을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계속된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급격히 늘어 한강 수위가 계속 높아지고 있던 오후에도 서울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사고 발생 두 시간이 지난 오후 7시30분께에야 한강 수위 상승으로 노들길과 올림픽대로 등의 차량 통제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럼에도 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처음엔 “팔당댐 방류량 증가와 이번 사고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발뺌했다.

강경민/김태호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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