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백열전구

입력 2013-07-16 17:47   수정 2013-07-17 05:43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구글과 에릭 슈밋 CEO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발명왕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만들기 위해 세운 100년 전의 제너럴일렉트릭(GE)처럼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졌다. 과학사에선 백열전구(electric light bulb)가 발명과 혁신의 동의어로 간주된다. 전구만큼 인류 문명사에 큰 영향을 끼친 발명이 없다고 극찬하는 학자도 있다.

백열전구는 원리로만 보면 단순하다. 진공상태의 유리구 내에 필라멘트라는 전기 저항선을 넣고 전류를 흘려 가열해 2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온도 방사를 일으켜 발광하는 시스템이다. 지금 와서 보면 간단하지만 에디슨은 1879년 당시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 개발해냈다.

전구 발명은 인류 삶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밤에도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이른바 밤 문화의 탄생이다. 전구를 활용한 조명기구가 나오면서 교통과 통신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인류가 활동하는 공간도 확대됐다. 인간이 지하에서 생활하고, 바다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됐으며, 심지어 우주로 나갈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전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20세기 들어 전구를 뛰어넘는 조명기구를 계속 만들어냈다. 형광등 할로겐 LED(발광다이오드) 등 전구보다 훨씬 밝고 효율적인 조명 기구가 쏟아져 나왔다. 그 사이에 전구는 95%를 열로 발산해버리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실제 전구의 1년간 전기요금은 LED보다 무려 7배가 비싸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년 1월부터 국내 시장에서 백열전구의 생산 및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고 한다. 산업부가 2008년 12월 발표한 백열전구 퇴출계획에 따른 것이다. 이미 70W(와트)이상 150W미만 백열전구는 지난해 퇴출됐으며 내년에는 나머지 25W이상 70W미만의 전구가 사라진다. 에디슨이 발명한 지 135년 만이요, 경복궁 내 건천궁을 환하게 밝히면서 국내에 첫 소개된 지 127년 만이다. 일본과 유럽도 백열전구를 생산하지 않고 있고, 미국도 내년부터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그러나 백열전구가 역사 속으로 소멸할 것인지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지난 2011년 미국에서 100W 전구 생산을 중단하려고 할 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이들 소비자는 할로겐이나 LED가 뿜어내는 차가운 느낌보다 백열전구가 가져다 주는 따뜻하고 푸근한 빛을 선호했다. 정작 에디슨은 전구가 뿜어대는 열기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전구에 대한 선호가 그리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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