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영적 응급상황에서 나만의 신 찾아 떠난 세계여행

입력 2013-07-18 17:17   수정 2013-07-18 23:02

신을 찾아 떠난 여행
에릭 와이너 지음, 김승욱 옮김 ㅣ 웅진지식하우스 ㅣ 458쪽 │ 1만4500원




신에 관한 견해는 보통 세 가지로 나뉜다. 유신론자, 무신론자, 불가지론(不可知論)자.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의 저자인 에릭 와이너는 범주 하나를 추가했다. ‘혼란주의자’다. 그는 유머 넘치는 문체로 불가지론자와 혼란주의자의 차이를 설명한다.

“우리 혼란주의자는 불가지론자처럼 점잔을 빼며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확신할 수 없는 게 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큰 뭔가가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와 미국 공영방송 NPR의 해외특파원으로 일했던 이 ‘혼란주의자’가 자신에게 꼭 맞는 종교와 신을 찾기 위해 세계 곳곳으로 떠난 여행을 담고 있다. 그가 선택한 종교는 이슬람 수피즘, 불교, 가톨릭 프란체스코회, 라엘교, 도교, 위카, 샤머니즘, 유대교 카발라 등 8개다. 그는 한 종교 전체를 보려는 막연한 시도보다 그 종교의 조각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전략을 택했다.

먼저 밝혀야 할 것은 이 책의 전체를 뒤덮고 있는 코드가 ‘유머’라는 점이다. 이슬람의 ‘알라’를 찾아나서며 “드물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자주, 커다란 폭발음이 함께 들려오기도 하는 신”이라 말하고, 경적을 울리며 다른 차를 추월하고 불법 유턴을 하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사를 보며 “온유한 자들이 땅을 차지할지는 몰라도 고속도로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웃는다. 저자는 진지하지만 재치 있는 자세로 신을 찾아 나선다.

첫 번째 종교는 이슬람 수피즘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수피 캠프’에 참가했다가 이슬람을 떼어낸 채 낭만주의적 수피즘만을 취한 캠프에 실망하고 직접 터키로 날아간다. 거기에서 그는 ‘우리가 원래 무(無)라는 선명한 인식’을 추구하는 수피교도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된다는 두려움이 무섭기 짝이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불교를 체험하기 위해 간 네팔 카트만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은 고(苦)’라 가르치는 불교를 접했을 때 불평분자에 냉소주의자인 그는 ‘드디어 내 마음을 잡은 종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네팔에서 접한 불교는 그를 여전히 혼란스럽게 했다. “스스로 등불이 돼라”는 불교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혼자 추구해야 하는 진리가 막막하고, “삶 전체가 꿈과 같다”는 말은 위안도 되지만 뭔가 흔들리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톨릭 프란체스코회를 체험한 건 뉴욕의 노숙자 쉼터에서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살아가는 수도자들을 존경하게 된다. 보통사람들은 ‘신용이 좋기 때문에 대출을 해주는’ 세상에 살지만 이들은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저자는 충분한 답을 얻지 못한다. 그들만큼의 자제심과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그를 다른 종교로 움직이게 한다.

책은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구도와 약간의 깨달음, 실망과 혼란의 반복이다. 하지만 이 되풀이되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조금씩 깨달아 간다.

“우리가 과거의 지혜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그들의 진리를 빨아들이더라도 그들은 언제나 타자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최대한 바랄 수 있는 것은 이 지혜의 조각들이 우리의 골수로 스며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풍부한 지식과 적극적인 취재, 유머로 버무려진 내용이 풍성하다. 신과 종교에 관한 정답을 얻으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고역이겠지만, 저자가 떠난 여행에 함께하며 그 과정을 즐기고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는 독자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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