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의 아진산업은 현대·기아자동차에 차체 모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업체다. 이 회사는 최근 기존 공장 근처에 추가로 2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중국에도 공장 한 곳을 신설 중이다.
아진산업이 공장 두 곳을 신설하는 것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현대·기아차로부터의 부품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아진산업 채용 담당자는 “작년엔 한 해 동안 62명을 뽑았는데 올해는 새로 짓는 공장에 투입하기 위해 상반기에만 93명을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380개 1차 협력업체의 올 상반기 채용 현황을 파악한 결과 대졸·고졸 사무직 3776명과 생산직 4459명 등 모두 8235명을 신규 채용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는 올해 초 1차 협력사들이 계획한 연간 채용계획 1만명의 82% 수준이며, 작년 연간 고용인원(1만4300명)의 58%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외 경기 침체에도 현대·기아차가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383만대의 글로벌 판매를 달성하는 등 비교적 선전하면서 부품 협력업체들의 실적도 호조세를 보였고 이게 채용을 늘리는 ‘낙수효과’로 이어졌다. 자동차 업계에선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대기업이 잘되면서 부품 협력업체들도 함께 성장하며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의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부품산업의 고용유발계수(10억원 투자할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가 2011년 기준 6.9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채용 규모는 1조2000여억원을 투자한 것과 맞먹는 고용 창출효과라는 추산도 가능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1차 협력업체의 연간 고용인원은 1만명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5000여곳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일자리 창출 기여는 더욱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협력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0년 초반부터 추진한 해외 동반진출 전략을 펴왔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들의 해외 완성차업체에 대한 부품 수출액은 작년 18조1000억원으로 2011년(13조9000억원)보다 30% 가까이 늘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반기 협력업체들의 채용 증가는 대·중소기업 상생이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협력업체들이 수출을 늘리고 우수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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