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다 2011년 은퇴한 김갑수 씨(62)는 퇴직금으로 식당을 열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 돼 병원비, 생활비 등이 부족해지자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돌려막기’로 1년여를 버텼지만 결국 원금과 이자를 합쳐 모두 1억3000여만원을 갚지 못해 지난 1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가 됐다. 올 들어 정부가 채무금액의 최대 70%까지 감면해주는 ‘국민행복기금’ 접수를 시작했지만 1억원 이하의 채무에 대해서만 감면해준다는 조건 때문에 그는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올 들어 60세 이상 고령자들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워크아웃은 총 채무액 5억원 이하, 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인 채무자를 대상으로 이자 전액과 함께 원금의 최대 50%까지 감면하고,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으로 늘려주는 제도다.
21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모두 3만769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7230명보다 460명(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 이하 신청자가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60대 이상 신청자가 크게 늘었다. 20대 이하와 30대가 각각 12%, 9.7% 감소한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17.6%, 33.9% 급증한 것이다.
고령자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국민행복기금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 사업 실패 등으로 1억원 이상의 큰 빚을 떠안은 60대 이상 금융채무불이행자가 많은데 국민행복기금은 1억원 이하의 채무에 대해서만 감면해주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국민행복기금 접수 창구 가운데 하나인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았다가 채무 금액이 과다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중 부채가 1억원이 넘는 채무자는 상반기 147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915명)보다 555명(60.6%) 늘었다. 1억원 이하 채무자는 오히려 95명 줄었다.
경기침체로 은퇴 후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사고나 질병으로 목돈이 필요한 경우 큰 빚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고령층 개인워크아웃이 늘고 있는 이유다. 신복위 관계자는 “70~80대 중에서도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미 은퇴한 고령자들이 소득을 얻기 쉽지 않은 데다 이에 따라 빚을 갚은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고령자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층에 대한 맞춤형 금융 지원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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