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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민아 / 사진 오재철] 잃어버린 민식이의 짐을 찾았다는 연락이 오면 곧바로 달려나가 받기 위하여 하바나에서 이틀을 보냈지만 매일 아침 공항으로 전화해 “제 짐 찾았나요?”라고 묻는 민식의 질문에 공항 직원의 입에선 “아직이요. 내일은 꼭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내일 다시 전화주세요”라는 앵무새같은 대답만 흘러 나왔다.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짐을 찾을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원래의 계획대로 산티아고 데 쿠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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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나에서 산티아고 데 쿠바까지는 버스로 16시간. 우리가 이 먼 곳까지 단번에 달려온 이유는 음악, 오로지 음악 때문이었다. 쿠바 음악의 원류이며 현재까지도 활발한 음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쿠바의 뮤지션들을 대거 배출한 도시가 바로 산티아고 데 쿠바이다. 전설적인 곳에 도착했다는 흥분에 여독을 풀 새도 없이 파티쿨라르에 대충 짐을 던져놓고 시내 구경을 하러 밖으로 나오던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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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저 멀리서 들리는 반가운 한국말. 우리는 대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갔고, 그 곳에서 세계의 음악을 테마로 여행 중이신 아저씨 한 분과 우리의 소중한 음악을 지키는 멋쟁이 국악인 (임)영미 언니를 만났다. 두 분은 각자 숙소를 찾고 있었는데, 마땅한 숙소가 없어 고생 중이라는 말에 우리가 묵고 있는 파티쿨라르로 안내했다. 불행히도 우리 파티쿨라르에 남은 방은 없었지만 친절한 주인 언니(?)가 우리 숙소와 가까운 곳의 파티쿨라르를 소개시켜줘 두 분은 무사히 숙소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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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절,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테츠가 나디아에게 했던 말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내 앞에 있더라도 네(나디아)가 없으면 그 음식은 결코 제 맛을 낼 수 없다는 감동적인 멘트.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보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멋진 순간을 보냈는가에 따라 여행의 질이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민식이와 우린 그런 면에서 최고의 여행 파트너였다. 그리고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만난 영미언니와 아저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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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고 어둠이 내린 후 우리 다섯 명은 본격적으로 쿠바 음악을 찾아나섰다. 우리가 찾아간 곳은 1968년 문을 연, 산티아고 데 쿠바에서 가장 유명한 살사 클럽 ‘카사 데 라 트로바(Casa de la Trova)’였다. 입장료를 내고 2층으로 올라가자 (익숙하진 않지만) 몸이 절로 들썩거리는 신나는 음악과 발 디딜 틈도 없이 가게를 가득 메운 관광객, 그리고 연주자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처음 마주하는 쿠바 음악과 춤에 다소 당황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색다른 경험이 되었기에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만, 최근 들어 이 곳이 살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보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프로 춤꾼들의 작업 장소가 되고 있다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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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정 산티아고 데 쿠바의 음악인가?” 지난 밤 공연만으로는 우리가 기대했던 쿠바 음악의 매력에 푹 빠지지 못해 다소 낙심하며 둘째 날 여행을 시작했다. 민식이과 테츠, 나는 서로 시시덕시시덕 장난을 치며 시내를 걷다가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 소리에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어? 여기는 지난 밤 살사 공연을 봤던 곳인데?” 그랬다. 밤에는 2층에서 유료 공연을, 낮에는 가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1층에서 오픈 공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 되어 즐기는 공연. “그래,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원했던 음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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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박수치며 음악을 즐기던 바로 그 때, 공연을 구경하던 관광객 한 명이 가방에서 갑자기 자신의 바이올린을 꺼내어 들었다. 연주자와 그 관광객은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 서로 눈을 맞추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냈고, 우리 또한 그 흥에 겨워 정신차려 보니(?) 무대 위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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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데 라 트로바의 낮 공연이 끝났다. 우리가 원하고 기대했던 쿠바의 음악, 아니 그 이상의 음악을 만나 흥분된 마음을 추스리고 쿠바의 또 다른 음악을 만나러 무세오 델 카르나발(Museo del Carnaval)로 향했다. 쿠바의 음악은 시대에 따라 다양한 문화와 만나 새롭게 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흑인 노예들이 이주한 후 아프리카 음악의 영향을 받은 룸바, 콩가 등이 생겼고, 무세오 델 카르나발에서는 이 아프리카 전통 춤 공연을 전승하고 있었다. (무세오 델 카르나발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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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데 쿠바, 오로지 쿠바 음악의 본고장이라는 사실 하나만 알고 찾아온 도시였다. 그러나 이제는 죽기 전 이 곳을 방문해야 하는 진짜 이유가 하나 더 있음을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다. 바로 모로 요새(Castillo el Morro)에서 일몰 바라보기. 혼자 보기 아까운 이 일몰을 마음 잘맞는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거기 있었다. 산티아고 데 쿠바에 머무는 이틀 동안 평생 잊지 못할 일몰을 더욱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매일 저녁 모로 요새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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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후 5시 경 모로 요새에 도착한다. 6시가 되면 깃발 하강식을 진행하는데, 이 시간이 되면 온 세상이 금빛으로 물들게 된다. 마치 영화 <나니아 연대기> 속 주인공이 된 듯 현실감 없이 아름다운 요새와 바다가 있다. 푸른 카리브해가 내 발 아래, 붉게 타오르는 노을이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그 꿈 같은 순간을 함께한 우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대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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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테한 세계여행]은 ‘나디아(정민아)’와 ‘테츠(오재철)’가 함께 떠나는 느리고 여유로운 세계여행 이야기입니다. (협찬 / 오라클피부과, 대광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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