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4대 중증' 健保 보장과 의료 복지

입력 2013-07-22 17:07   수정 2013-07-22 22:15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최근 확정된 중요 건보정책의 변화가 공약 이행 여부에 대한 논의에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무상의료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바람직하지 않다. 도덕적 해이 같은 부정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모든 사회보험 국가가 의료 이용에서 본인부담을 설정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나라도 희귀난치성 질병 등에는 진료단계에서부터 본인부담을 경감해준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보장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환자가 진료비의 20~30% 정도를 부담한다. 암 등 일부 질환은 5~10%로 더 낮다. 게다가 이 본인부담의 합이 소득계층별로 일정 상한을 초과하면 아예 면제해준다. 문제는 이런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항목이 많다는 점이다. 이것을 ‘비급여’라고 부른다. 선택진료비나 상급병실료가 대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비급여항목들은 의료기관이 임의로 가격을 정해서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부담액도 높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약자인 환자로서는 비급여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웃 일본에 ‘혼합진료 금지’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비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서비스를 받으면 건강보험에서 모든 급여를 중단하는 방식이다. 한마디로 건강보험에서 다 급여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정책적 의지의 표명이다. 그렇다고 본인부담이 없을까. 물론 아니다. 오히려 잘나가던 경제만 믿고 1973년 ‘의료비 무료화’를 시행했다가 세게 데었던 일본은 현재 본인부담률이 30%나 된다. 물론 본인부담 월간 총액이 일정액을 넘어가면 증가액은 제로에 가깝게 낮아지는 안전판을 갖고 있다. 우리의 본인부담상한제와 비슷하다.

최근 정부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암 등 환자부담이 큰 4대 중증질환부터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질환에 대한 적용이 아니어서 아쉽기는 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전면적 급여화라고 하는 획기적인 조치에 놀라고 있다. 혹시라도 이런 중대 결심이 철회되거나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까봐 걱정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항목을 ‘급여화’하는 것이지, 모든 항목을 ‘무료화’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무료화’하지 않았다고 ‘공약 불이행’이라 비난하는 것은 ‘급여화’라는 획기적 조치의 철회를 요구하는 것과 같은 결과다. 이것이 걱정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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