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거리 두고 '디지털포렌식 기법' 활용해 철저히 확인 필요
여야가 22일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가운데, 기록관리 전문가들은 "정쟁 과정에서 사초(史草)가 사라졌다고 발표한 것은 성급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비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단기간에 걸쳐 대통령기록관 일부 시스템만 검수한 뒤 정치 논리에 따라 결과를 단정적으로 발표한 것은 문제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지원(e-知園)과 대통령기록관리시스템(PAMS)을 구동해 종합적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입장. 그 결과 '사초 게이트'가 확인된다면 국기 문란에 해당하는 만큼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디지털포렌식 수사기법 등을 활용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혜란 한국기록관리학회장(신라대 교수)은 23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국가기록원 발표대로 '대화록이 없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며 "학계에서는 '대화록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수 기간이 짧았고 대통령 지정기록물 특성상 검색기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 회장은 "PAMS 지정기록물 서버는 기록물 보존?보호에 초점을 맞췄고 열람?활용은 어렵게 설계돼 있다"며 "전문가들도 손가락 짚어가며 봐야 하는 수준인데, 단기간에 암호가 걸려있는 세부 자료를 얼마나 상세하게 봤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장도 "국회에서 '(대화록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대단히 성급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록물 이전시 기술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지원 시스템 외에도 대통령 관련 18개 시스템이 있는데, 이 시스템을 제대로 구동해서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정치권 억측에 의해 빨리 결론을 내려다보니 이런 기본적 작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고도 했다.
이 때문에 관련 학계는 정치권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학계가 대화록 존재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24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는 △참여정부가 이지원 시스템에서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고 파기한 경우(여당) △대화록을 넘겼는데 불법적으로 PAMS에 로그인해 삭제한 경우(야당) △이지원에서 PAMS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기술적 오류가 발생한 경우 등 크게 3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여야 주장처럼 기술적 오류가 아닌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면 수사와 법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라며 "기록관리시스템은 기술적으로 접속 IP와 로그인 흔적 등 기록이 전부 남기 때문에 디지털포렌식 같은 객관적 수사기법을 활용해 밝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도 "현 시점에서 '잠정적 부존재' 결론이 나온 만큼 총력을 다해 대화록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번 이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 확인으로 촉발돼 민생과 무관하고 억측에 의한 정쟁이지 않느냐"며 "여야는 즉시 소모적 논란 중단을 선언하고, 박근혜 정부는 국가기록관리 체계의 근본적 개선안을 서둘러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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