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으로 둔갑한 범죄조직, 불법체류자 협박 갈취

입력 2013-07-26 13:22   수정 2013-07-26 13:32

다문화 지원 사단법인을 설립해 불법 체류자들에게 접근한 뒤 협박 등으로 금품을 빼앗은 조선족 범죄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합법체류 대가로 돈을 갈취하는 한편, 출입국 사무소 공무원을 가장해 불법 체류자를 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조선족 불법체류자 20명을 상대로 8850만원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사단법인 국제의료복지협회 서울지부 대표 백모씨(47)등 조선족 3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박모씨(28)등 한국인 4명과 협회 소속인 또 다른 조선족 1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일당은 지난해 8월 사단법인 국제의료복지협회 서울지부를 정식으로 등록하고 서울 방배동에 사무실을 얻었다. 국제의료복지협회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복지사업 등을 설립된 협회로 현재 미국 워싱턴과 전북 익산에 본부를 두고 있다. 또 12개의 지역 지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서울지부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 실제로는 관계가 없는 보건복지부 등 공신력있는 기관들과 연계된 것처럼 홍보했다. 또 병원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외국인노동자 진료할인혜택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신인도를 높여갔다.

이들은 전국에 있는 불법 체류자들을 직접 방문하거나 상담하면서 “합법 체류 시켜주겠다”며 “협회에 가입하라”고 권유했다. 이런 방식으로 일당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장모씨 등 14명으로부터 현금 6350만원을 받아냈다.

이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을 가장해 불법체류자 단속까지 자행했다. 지난해 4월 미리 파악한 경기 양주시 덕정동 소재 건설현장 부근에서 불법체류자들을 강제로 잡고,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인근 주차장으로 끌고가 “돈을 주지 않으면 강제출국 시키겠다”고 협박하고 풀어주는 대가로 2500만원 상당의 현금을 송금 받아 갈취했다.

경찰은 지부소속으로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조선족 4명과 한국인 2명은 중국으로 도주한 상태라 중국 공안당국에 공조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의료복지협회 본부와 다른 지부는 사건에 연관된 정황이 없어 아직 수사대상이 아니다”며 “여죄 여부 파악과 중국 도피 일당 검거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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