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 말장난 끝내고 진실 규명은 지금부터

입력 2013-07-28 17:30   수정 2013-07-29 05:08

여야가 한목소리로 NLL(북방한계선) 정쟁 중단을 선언하며 진흙탕 싸움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이 NLL 관련 일체의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것이나, 민주당 지도부가 평택 해군 2함대를 찾아가 NLL 논란의 영구종식을 선언한 것이나 대동소이한 화법이다. 거센 비난여론에 부담스럽기는 오십보백보였을 것이다. 소모적 정쟁을 중단한다면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사생결단으로 싸우다 그런 일 없다는 듯이 갑자기 민생을 들먹이니 국민은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그간 여야의 NLL 정쟁은 정략의, 정략에 의한, 정략을 위한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된 것도 그렇지만, 유리하다 싶으면 계속 고(go)를 외치고 불리하면 노(no)라고 잡아떼면 그만이라는 정치권이다. 그러니 NLL 포기 취지의 발언을 놓고 ‘포기’란 단어가 있느냐 없느냐에서부터, 대화록 원본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이 아니라 ‘합의’했다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레토릭이 난무한 것이다. 진실은 없고 오로지 유·불리만이 다투는 삼류 정치의 현주소다.

이제는 NLL 출구전략을 놓고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다. 그러나 여야가 대화록 폐기 규명을 놓고 각기 검찰수사와 특검을 고집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마치 정쟁의 페달을 멈추면 넘어진다는 자기보호 본능이 작동하는 듯하다. 정쟁 중단을 선언한들 새로운 정쟁의 라운드가 시작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 정치권이 민생을 챙기겠다니 더 황당하다. 여태껏 그들이 말하는 민생이란 것이 포퓰리즘에 떠밀려 아무 법이나 두들겨대며 규제와 특권을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전부였다.

여야가 NLL 정쟁을 멋대로 시작했다 멋대로 끝내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오히려 밝힐 것은 밝히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NLL은 진실이 무엇인지, 대화록은 누가 폐기했고, 왜 폐기했는지 낱낱이 가려내야 한다. NLL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영토선이다. 이는 국기(國基)이자 진실의 문제다.

진실은 덮는다고 감춰지지도, 외면한다고 달라지지도 않는다. 진실까지 합의로 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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