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돈 안빌리면 무용지물
전문가 "혜택 적어 대출 안받을 것"
최근 전셋값 급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심화되자 정부와 금융권이 내달 말부터 이른바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연 4%대의 저금리로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상품은 크게 두 가지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대출받고 이자는 세입자가 내는 ‘목돈 안드는 전세Ⅰ’과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고 저리로 대출받는 ‘목돈 안드는 전세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기대만큼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입자 대신 전세자금을 빌려야 하는 집주인과 저리로 대출상품을 마련해야 하는 금융사에 대한 유인책(인센티브)이 별로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명무실한 ‘렌트푸어’(전세보증금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대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대출?
29일 금융권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다음달 중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상품을 내놓기 위해 세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전세 표준계약서에 관련 조항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고, 은행연합회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 대출금리는 연 4%대 중·후반으로 일반 신용대출보다 3~5%포인트 정도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문제는 실행 이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목돈 안드는 전세Ⅰ’의 경우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임차보증금처럼 이용하는 대신 세입자는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보증금 1억2000만원짜리 전셋집에서 3000만원을 더 올려 재계약하는 경우 집주인은 증액분인 3000만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고, 이자(금리 연 4.5% 적용 시 월 11만2500원)는 세입자가 내는 구조다.
그러나 이 제도가 세입자에게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자 중심인 전세 시장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위해 자신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는 수고를 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있다”며 “금융회사와 집주인 모두가 적극 협조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부 유인책도 마련돼 있긴 하다. 집주인은 대출받은 전세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세입자가 낸 이자(300만원 한도)의 4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는 집주인이 스스로 나서 대출받을 가능성이 작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어떻게든 전세를 얻으려는 세입자가 줄을 선 마당에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받고 전세 계약까지 연장해 주는 집주인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매매수요 확대 정책이 더 시급
‘목돈 안드는 전세Ⅱ’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기간 2년이 지나면 은행이 보증금을 가져갈 수 있고 주택금융공사가 보증을 서기 때문에 은행이 금리를 다소 낮출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 방식도 전세 대출이 활성화될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전세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 수요를 매매 시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주택 거래 활성화를 위한 각종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입자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을 통해 막힌 주택 거래를 뚫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도 “전세 수요를 매매 시장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수요자들이 매매 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주택을 보유·거래하는 과정의 부담을 덜어주고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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