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 갖기를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http://www.hankyung.com/photo/201307/2013072980241_02.6926886.1.jpg)
그러고 보니 이맘때면 서로들 “휴가는 어디로 다녀오셨는지?”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는데, 행여 여름휴가마저 과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최근 대학원생 제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직장생활하는 친구들 대부분이 여름휴가를 손꼽아 기다리는데, 거의 예외없이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데 주저 없이 투자한다는 것이다. 여행비용이 월급 수준에 비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해외여행을 위해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어디를 갈 것인가, 누구와 갈 것인가, 패키지로 갈 것인가, 배낭여행을 갈 것인가 등등 계획을 세우고 준비물을 마련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에 몰두하는 이유야 저마다 다양하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우아하고 여유롭게 여름휴가를 보내는 자신의 모습을 페이스북, 싸이월드, 카카오톡, 미니홈피 등에 올리기 위함이라는 게다. 배경만 보면 누구나 알 만한 해외의 유명 관광지에서 손으론 ‘V’자를 그리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뿌듯하다는데야. 그러노라니 정작 문화유산에 담긴 역사적 의미를 음미해보고 그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에 외경감을 느껴보는 것은 뒷전인 셈이다.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길에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벽화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마침내 천장벽화가 그려져 있는 방으로 들어서던 순간 온몸을 타고 흐르던 전율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한데 못지않게 신기했던 건 세상에 오로지 하나밖에 없는 오리지널 작품 앞에서, 천장을 향해 디지털 카메라, 비디오, 휴대폰을 들이대고 셔터를 눌러대는 젊은이들 모습이었다.
하기야 역설적이긴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 화면 속에 담긴 천장벽화는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오히려 선명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화려하고 심지어 장엄하게 느껴지기도 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게 담은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돌려 보면서 세계적 명소를 배경으로 자신이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데 또 무수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리라.
예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신용카드 광고 카피가 있었다. 광고 이미지 속엔 멋진 차를 타고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며 일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뒤로 하고 일상을 탈출하는 자유로움이 담겨 있었지만, 그 이면엔 신용카드를 마음껏 긁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라는 유혹(?)이 숨겨져 있었음은 물론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지리멸렬함 내지 지루함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흥분과 짜릿함을 느껴봄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다시금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일상으로 복귀할 재충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듯하게 포장된 자신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일차적 목적이라면 휴가의 진정성을 채우긴 요원한 일이요, 누가 더욱 화려한 휴가를 보냈는지 비교하고 누가 더욱 값비싼 휴가지를 다녀왔는지 경쟁한다면 휴가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것이 자명하다.
시간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는 현대인의 삶에서 시간은 매우 소중한 자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는 경제적 보상 못지않게 가치있는 보상 수단이 되어 가고 있다. 쉽게 값을 정하기조차 어려운 시간 자원으로서의 휴가만큼은 타인의 시선을 떠나 나 자신과 솔직히 직면하고, 나를 편안하게 쉬어줄 수 있는 시간이길 소망해본다.
함인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 hih@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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