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이동 숫자에 B형 수험생 영향… 실력 아닌 운에 의존
교육부 8월중 대입제도 수정안 내놓기로… 내년 폐지될까?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아 평생교육까지. 이미 교육은 '보편적 복지'의 문제가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계층과 지역 간에는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이런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 기자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이 매주 화요일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7일)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수능은 수준별 선택형 수능으로 치러지는데요.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수험생들이나 진학 담당 교사들의 고민도 큽니다.
벌써부터 실력보다 운에 좌우되는 '로또 수능', 선택형 수능이 아닌 사실상의 '계열별 수능'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걸까요?
선택형 수능의 특징은 국어 수학 영어를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이전 수능 수준) 가운데 수험생이 택해 응시하도록 한 것입니다. B형은 최대 2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으며 국어 B형과 수학 B형은 함께 선택할 수 없습니다. 수험생의 선택권을 보장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현장의 반응입니다. 대부분 서울 주요대학과 지역 거점대학들이 인문계열은 BAB(국어 수학 영어 순), 자연계열은 ABB로 지정했습니다. 이들 대학에 진학을 원하는 수험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입니다.
대학들은 제도가 허용하는 선에서 우수 학생들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을 짠 것이지만, 수험생 입장에선 '계열별 수능'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메가스터디 김기한 교육연구소장은 "수준별 선택형 수능이 원래 취지와 달리 대학들이 지정하는 대로 계열별 수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어·수학과 달리 계열에 따라 영향을 덜 받는 영어도 중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B형을 요구해 선택의 폭이 좁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수험생의 실력이 아닌 운에 좌우되는 '로또 수능' 우려가 높다는 점입니다. 중하위권 학생들이 A형으로 이동하면 상위권 학생의 경우 B형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숫자가 적어집니다. 상황에 따라 실수로 한 두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확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의 설명입니다. "각 대학이 설정한 A·B형 반영에 따라 수능 변별력은 오히려 커질 겁니다. 특정 유형 응시인원(모수)이 줄면 1등급 맞기가 더 힘들어져요. B형 기준으로 보면 인문계열은 국어 모수가 크게 줄겠죠. 자연계열과 예체능계열이 빠져나가니까요. 지난해 수능 언어영역처럼 상위권에서 1~2문제 차이로 등급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수능은 무엇보다도 예측가능성이 중요한 시험입니다. 교육부가 그간 수차례 수능에서 적정선의 영역별 만점자 비율(1% 수준)을 강조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그러나 고심 끝에 도입한 이번 선택형 수능은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평입니다. 수험생 입장에선 바뀐 제도에서 자신의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른 채 대입 수시모집에 지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 불가피한 측면은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 정도면 합격할 수 있겠다'는 예측조차 하기 어렵게 만든 건 수험생에게 가혹한 처사로 보입니다.
교육 당국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8월까지 대입 제도 수정안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올해 수험생들은 논외지만 수정안은 이르면 2015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될 전망입니다.
'선택형 수능이 폐지될 가능성도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육부 관계자는 "확언할 수는 없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교육부 입장에서도 1년 만에 수능 제도를 또다시 바꾸기에는 부담이 큽니다. 그럼에도 이런 유보적 답변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현장의 불만이 높고 제도 적용에 애로점이 있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주요대학 입학처장은 "교육부도 선택형 수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수능의 공정성과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한 정책 결정이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당장 내년부터라도 제도를 바꾸는 국가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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