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종균 찾아 삼만리

입력 2013-07-30 17:05   수정 2013-07-31 05:01

신생아 기저귀는 유산균의 보고…푸른 변을 황금색으로 돌려놓자

정명준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나는 미생물 학자다. 미생물 전문가로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종균이다. 18년 전 프로바이오틱스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한국인의 장에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 종균을 찾는 일이었다. 그때는 김치나 젓갈에 유산균이 많이 있다는 기본적인 미생물지식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심정으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산양 방목장, 갓김치 등 다양한 김치가 맛있는 식당, 동굴에 젓갈과 김치를 보관하는 마을 등 한국형 유산균 종균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곳을 찾아 다니며 많은 종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뭔가 2%가 부족했다. 더 우월한 종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신생아 기저귀’였다. 당시 신생아 분변에서 비피두스 같은 종균을 분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1g당 10억 마리나 살고 있는 미생물의 보물창고인 것이다. 5000년 역사 속 수많은 기근, 추위와 전쟁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한국형 유산균이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한국인의 오랜 역사를 품은 귀중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종균이 바로 우리 신생아의 기저귀에 살아 있는 것이다.

특허균주를 포함한 우수 품종의 종균은 미생물자원센터(KCTC)에 등록하게 되는데, DNA 및 생리·화학적 분석을 마쳐야 비로소 종균의 고유번호를 받게 된다. 고유번호는 프로바이오틱스 제조에 사용된 종균의 정확한 출처와 종균을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기능을 한다.

과거 30% 정도가 푸른 변을 본 기저귀였는데, 현재는 50% 이상 푸른 변이 보인다. 왜 그럴까. 산모들은 푸른 변을 보면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아니다. 우유의 단백질을 잘 분해하지 못해 푸른 변을 보는 것이다. 실제로 푸른 변을 분석하면 황금 변에 비해서 유산균이 훨씬 적다.

0~2세 인간은 가장 활발한 뇌세포와 뇌신경이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때 양질의 단백질이 충분히 뇌에 공급되지 못하면 두뇌가 좋은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적을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산모를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출산 후 가장 중요한 것은 아기의 푸른 변을 황금 변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신생아의 기저귀는 가장 중요한 아기의 의사표현이다. 기저귀의 색깔을 확인하는 현명한 부모가 되자. 건강하고 똑똑한 우리의 2세를 위해.

정명준 <쎌바이오텍·듀오락 대표이사 ceo@cellbio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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