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중국 전역은 푸단(復旦)대 중문과 1학년생 루신화(사진)가 쓴 소설 ‘상흔(傷痕)’으로 들끓었다. 문화대혁명 때 반동으로 몰린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공격했던 딸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인은 이념으로 상처받은 시대를 어루만졌고, ‘상흔 문학’이라는 사조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촉망받는 젊은 작가로 부상한 루신화는 졸업 후 미국으로 떠났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에서 동아시아언어문화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금융회사에 다니다가 카지노 딜러로 7년간 일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중심에서 ‘돈’을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약 30년을 살아온 그가 돈에 대한 에세이《부의 본심》(중앙m&b)를 펴냈다. 동·서양 역사에 대한 고찰과 개인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철학을 담았다. 1960~1970년대 상흔은 ‘이념’이었지만 21세기의 새로운 상흔은 ‘돈’이고, 돈의 성질을 잘 알아야 상처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돈의 성질’은 어떤 것일까.
상하이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비행 중 환승하는 인천공항에서 만난 그는 “재물은 물과 같아서 끊임 없이 흐른다”며 “인간의 역사는 부의 흐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된 현대에는 부가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흐르지만, 사회가 크게 동요할 때는 그 흐름을 예측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속도도 매우 빨라진다고 설명한다. 중국이 아편전쟁 당시 엄청난 영토와 배상금을 내놓은 게 그 예다.
“역사적인 왕조 교체도 부의 독점으로 인해 백성들의 인내가 극에 달하면서 일어났습니다. 흐르는 강물을 다 마시면 몸이 망가지고 더러운 물을 마시면 탈이 납니다. 내게 필요한 물 한 컵을 마시고, 깨끗한 물을 취해야 합니다.”
카지노 딜러 생활을 떠올리며 그는 “고체인 칩도 결국은 다 흘러가 버린다. 칩 하나는 물 한 방울, 한 무더기는 연못 같고 더 커지면 사람을 망치는 늪이나 깊은 호수처럼 느껴졌다”고도 말했다.
그는 개인뿐 아니라 세계 국가들 사이에서도 부의 분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이 ‘부’라는 새로운 상처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는 전쟁이라는 과격한 방식으로 부를 빼앗았다면 현재는 전쟁을 ‘비즈니스’라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사회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마오쩌둥 이전과 이후의 중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입니다. 마오쩌둥 시대에는 이념에 기반한 사회적 원망과 증오가 있었어요. 현재는 욕망을 통제할 수 없어 벌어지는 문제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의식주가 없으면 시스템도 없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점점 나아지리라고 봅니다.
” (중앙m&b, 1만5000원)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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