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래부

입력 2013-08-02 16:55   수정 2013-08-02 21:24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했다는 통신서비스 와이브로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와이브로는 한때 기대를 모았지만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데다 고속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한 롱텀에볼루션(LTE)의 등장으로 설 땅이 좁아졌다. 업계에선 와이브로가 시장에서 일단 밀려난 이상 하루라도 빨리 접자고 한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선뜻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그 바람에 가뜩이나 주파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와이브로 주파수를 놀리고 있다는 비판까지 쏟아진다.

전문가들은 실패한 와이브로에 집착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세계 LTE 시장의 새 변수로 떠오른 대체기술인 ‘시분할방식 롱텀에볼루션(LTE-TDD)’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대 정인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와이브로 주파수를 당장 LTE-TDD로 전환할 경우 앞으로 6년간 기대되는 서비스 매출액이 최대 1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와이브로를 2019년 종료 때까지 끌고 갈 경우에 비해 무려 20배다. 정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망설이는 이유는 사업 실패를 인정하는 데 따르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다. 사업이 실패하면 빨리 교훈을 찾아야지, 비판이 두려워 계속 붙들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시장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과거 일본의 독자표준 실패에서 보듯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계속 고집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미래부는 지금이라도 시장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른 대안, 다른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특정 기술, 특정 표준을 육성하겠다고 벌이는 사업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깨닫기 바란다.

이런 사례가 미래부뿐일 리가 없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정부라면 창조경제는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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