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실·패…'밥퍼 목사' 최일도의 삶 다룬 창작 뮤지컬

입력 2013-08-05 16:55   수정 2013-08-05 23:40

대본·음악·안무 등 '어정쩡'…관객들 외면



공연이 진행되는 어느 순간부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18인조 오케스트라가 생생한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고, 서울시립뮤지컬단 소속 배우 20여명은 일사불란하게 군무를 춘다. 대규모 무대세트 전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요즘 대형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영상 활용도 제법 수준급이다. 대극장 뮤지컬의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하지만 객석의 반응은 썰렁하다. 관객들은 으레 박수가 나와야 하는 장면들에서 ‘칠까, 말까’ 망설인다. 무대와 객석의 교감이 이뤄지지 않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서울시립뮤지컬단의 ‘밥주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하 밥퍼·사진)은 한국 대형 창작뮤지컬의 약점과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였다. 올 들어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공연된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 ‘해를 품은 달’ 등과 마찬가지로 대본과 음악, 안무 등 뮤지컬 기본 요소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밥퍼’는 청량리에서 오랫동안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을 해온 최일도 목사의 삶을 다룬다. 최 목사가 직접 써 120만부가량 팔린 동명의 책이 원작이다. 1막은 개신교 신학생인 최 목사와 수녀 김연수 시인의 러브 스토리, 2막은 청량리에서 최 목사가 난관을 뚫고 다일공동체를 세워 ‘밥퍼’ 운동을 하는 내용이다.

실화에 바탕을 둔 원작에 대한 부담이었을까. 이야기는 1막에서 평면적이고 단순하게 전개되다 2막에서는 산만해진다. 연극적 재미가 부족하다. 상상력과 허구를 가미하고 대극장 뮤지컬에 맞는 극적 구성을 살려 좀 더 재미있게 만들었어야 했다. 음악은 단조롭고 밋밋하다. 서정적이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이 정도로는 음악적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안무 또한 평범하기 그지없다. 다분히 형식적이어서 극에 녹아들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유인택 서울시립뮤지컬단장은 레퍼토리에서 외국 흥행작을 배제하고 창작 뮤지컬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첫 결과물이 ‘밥퍼’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국내 창작 역량과 서울시 산하 예술단의 예산을 감안하면 외국 라이선스 대작을 의식한 대형 뮤지컬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특히 3000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레 미제라블’과 같은 대작도 무대 에너지를 객석 구석구석에 전달하기 버거운 공연장이다. 자칫하면 대형 창작 뮤지컬에 대한 관객들의 불신만 키울 수 있다.

세종문화회관에는 소극장 공연에 적합한 M씨어터가 있다. 이 극장에서 먼저 재미와 감동을 갖춘 소규모 창작 뮤지컬로 제작 역량을 쌓고 관객들의 신뢰를 얻은 뒤 대형 작품에 도전하는 게 맞는 순서다. 다행히 국내 소극장 뮤지컬 창작 능력은 일본에서 인정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공연은 오는 9일까지, 3만~6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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