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자들은 '리커창 풋'을 착각했다"

입력 2013-08-08 17:01   수정 2013-08-09 01:35

마켓워치, 과도한 성장 신뢰·설비확충 비판

中 정부 주도 투자방식 한계
내수 지향적 성장으로 전환
과거 고성장 모델로 못돌아가



“‘리커창 풋’이란 말의 겉모습만 보고 착각하지 마라. 중국은 다시는 예전의 고성장 모델로 돌아가지 못한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가 7일(현지시간) 중국에 투자 중인 다국적 기업과 투자자들을 향해 이같이 ‘돌직구’를 던졌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부터 “올해 7%대 경제성장률을 반드시 지켜 내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함에 따라 최근 시장에선 ‘리커창 풋(리커창 중국 총리(사진)가 성장률 달성을 위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각종 정책)’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이런 믿음은 이젠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것이다.

‘리커창 풋’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의장이 파생상품시장의 풋옵션(미래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처럼 하락장세에서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줬듯 리커창 총리 또한 올해 중국의 목표 경제성장률 7.5%를 지키기 위해 각종 정책을 동원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상징하는 단어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중국이 더 이상 ‘정부 주도의 투자가 이끄는 경제’는 추가 성장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처럼 정부가 미리 해당 연도의 목표 성장률을 정한 뒤 그에 도달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하는 방식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리커창 풋’은 앞으로 고용 창출과 복지제도 개선, 물가 안정 등 좀 더 실용적인 노선의 형태로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마켓워치는 “하지만 대다수 서양 기업과 투자자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 중국이 제조업 중심으로 중앙정부에서 강압적·통제적 방식으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고수해 왔던 시절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 중국지부의 데이비드 호프먼 이사는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의 향후 변화가 뭘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며 “내수 지향적 성장을 추구하는 중국의 의도와 달리 대부분 기업이 과잉 설비와 고용 과다 상태”라고 지적했다.

마켓워치는 중국의 변화에 대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대표적 사례로 호주 광산업계 대기업 리오틴토와 BHP빌리턴을 꼽았다. 두 회사는 최대 고객인 중국의 석탄 및 철광석 수요가 최근 수년간 줄고 있음에도 올해 호주 서부 필바라 지역의 광산지대 설비를 확충했다. 앤드루 매킨지 BHP빌리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예전보다 더뎌졌다 해도 중국 측의 절대 수요량은 줄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성장률 7.5%를 마치 ‘마법의 숫자’처럼 생각하며 성장률 전망에 매달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중국의 경제구조는 앞으로 정부가 원하든 원치 않든 변할 것이며 성장률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 Li Keqiang put.

지난 7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보고서에서 나온 신조어.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시장 분위기를 살렸던 것을 나타낸 ‘버냉키 풋’에 빗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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