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작은 소망'

입력 2013-08-08 17:08   수정 2013-08-08 21:04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기업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에게 지난 7일은 가장 힘든 하루였다.

이날 오전 시간은 ‘지옥’이었다. 정부의 공단 폐쇄 방침 분위기가 짙어지면서 입주기업 사장과 근로자 등 300여명은 경기 파주시 임진각 앞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궐기대회’를 열었다.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 ‘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단식투쟁도 불사하겠다’ 등 분위기는 비장했다. 기업인들은 궐기대회가 끝난 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면담을 끝내고 나온 이들이 접한 것은 통일부에서 입주 기업들에 남북경협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발표였다. 사실상 공단 폐쇄의 사전조치였다.

기업인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오후 4시. 북한이 남북 실무회담을 제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내 사무실에 모인 이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두 시간 뒤 ‘북한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루 새 천당과 지옥 사이를 오간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중단한 지난 4월 초부터 지난 7일까지 127일 동안 피를 말리는 불확실성 및 불안과 싸워야 했다. 아니, 개성공단에 입주한 2004년 12월부터 9년간 계속 그런 상태였는지 모른다.

입주 기업들은 차제에 이런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바라고 있다. 일단 한시름 놓았지만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경영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는 하소연이다. 한 섬유·봉제업체 사장은 “공단에 입주한 지난 몇 년간 밤에 발 뻗고 마음 편하게 잠자리에 든 일이 드물다”며 “내일은 상황이 또 어찌 변할까, 항상 마음을 졸여왔다”고 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난 4개월간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은 총 7000억~1조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거래처 단절 등의 손실을 합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는 기업인들이 이번 일로 자신감을 잃은 것일지 모른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마음놓고 계속 생산할 수 있게 안정된 경영환경만 구축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섬유업체 대표)는 기업인들의 바람이 어떤 응답을 받게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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