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에 대한 ITC 결정도 거부해야

입력 2013-08-11 17:26   수정 2013-08-11 22:15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의 일부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를 최종 판정했다. 문제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다. 그는 얼마 전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라고 했던 ITC 판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믿고 싶지 않지만 벌써 현지 업계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삼성전자 제품의 수입금지 판정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도는 모양이다. 이렇게 된다면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 공정성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미 정부가 자의적 권한 행사로 특허소송을 보호무역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세계적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 특허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 특허사용 허가를 내줘야 하는 이른바 ‘프랜드(FRAND) 조항’이 적용되는 표준특허여서 삼성의 애플 상용특허 침해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말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ITC가 삼성이 침해했다고 인정한 애플의 두 가지 특허 중 애플이 중요하다고 꼽는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 관련 특허야말로 이미 미 특허청으로부터 무효라는 예비판정을 받은 상태다. 무효가 될지 모를 특허 침해를 이유로 바로 수입을 금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명백한 과잉 조치다. 게다가 무효 가능성이 높은 특허는 보호받고 정작 특정기술의 구현에 필수적인 표준특허는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는 오히려 혁신에 역행하는 처사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특허소송 과정에서 남발되는 수입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애플 제품의 수입금지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도 “미 경제의 경쟁 여건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수입금지 남용이 경쟁에도, 소비자에도 해가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가 삼성 건에도 적용돼야 할 것은 당연하다.

애플의 가장 큰 경쟁자가 바로 삼성전자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에 대한 ITC 결정도 거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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