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좋은 상품 찾아…세계 각지 '행군'
“어제는 나주에 다녀왔고 내일은 천안과 평택에 가서 작황을 살펴볼 계획입니다. 이달 말에 태풍만 안 오면 올 추석에는 맛있는 배를 싼 값에 내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오현준 이마트 과일 상품기획자(MD)는 지난 2주간 사무실에서 일한 날이 거의 없다.
12일에도 그는 전북 전주시 전미동 배 농가를 방문, 35도에 이르는 뙤약볕 아래에서 나무에 달린 배를 꼼꼼히 살폈다. 그가 1년간 사들이는 과일만 660억원어치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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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좋은 상품 찾아…세계 각지 ‘행군’
○유통업계의 꽃
MD의 기본적인 역할은 어떤 상품을 얼마나 들여와 얼마에 팔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진 최근에는 신상품을 찾아내는 일도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MD의 능력이 백화점이나 마트의 전체 실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D가 ‘유통업체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선 1600여명의 MD가 활동중이다. 이들은 좋은 상품을 찾아서라면 수만리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훈휘 롯데마트 건강·차 선임 상품기획자(CMD)는 좋은 벌꿀을 찾아 지난해 초부터 미국 캐나다 중국 등 세계 각지를 1년간 돌아다녔다. 애써 발굴한 상품이 국내 위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판매가 불가능해지는 일이 반복됐지만 그의 행군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호주 남동부 태즈메이니아섬에서 국내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벌꿀을 찾아냈다. 이 벌꿀은 ‘타즈마니아 꿀’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월부터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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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상품’은 MD의 철저한 시장조사가 뒷받침될 때 탄생한다. 김선혁 이마트 TV MD는 전자업계에서 42인치 이상 대형 TV 경쟁이 치열하던 2011년 10월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TV는 32인치형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김 MD가 TG삼보와 함께 기획한 32인치 ‘이마트 드림뷰 TV’는 이마트에서 TV 부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연간 150조원 주물러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홈쇼핑을 합해 연간 150조원의 물량이 MD의 결정을 거쳐 시장에 나온다. MD 한 명이 연간 구매하는 금액이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많다. 오 MD는 “조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MD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MD는 업무 강도가 매우 높은 직군이기도 하다. 오 MD는 “동료들끼리는 머천다이저(merchandiser)의 약자인 MD가 ‘뭐든지 다 한다’의 준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회사별로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는 200~300명, 편의점과 홈쇼핑에는 30~50명의 MD가 근무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MD는 여성패션 남성패션 가정용품 등 10여개 부문으로 나뉘며 세부 상품군별로 과장 이상의 선임 MD 한 명과 대리 이하의 MD 한 명이 팀을 이뤄 활동한다. 대형마트 MD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30여개 부문으로 나뉜다. 세부 상품군별로 차장급의 팀장 한 명과 과장급 MD 2~5명, 대리 이하의 보조 MD 2~5명이 한 팀을 이룬다.
MD의 인사 시스템은 기획 재무 등 회사 내 다른 직군에 근무하는 직원과 차이가 없다. 다만 높은 매출을 올린 상품을 발굴한 MD에겐 회사별로 1000만원 이상의 포상금이 주어진다. 타 직군과 순환 보직이 이뤄지지만 유통업의 규모가 커지고 세분화, 전문화하면서 10년 이상 같은 업무를 맡은 베테랑 MD도 많아지고 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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