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세금이란…

입력 2013-08-12 18:21   수정 2013-08-12 21:39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내 입술을 보세요. 더 이상 새로운 세금은 없습니다.” 1988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부시는 이 한마디로 간단히 상대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 때문에 그는 약속을 지킬 수 없었고 4년 후 재선에 실패했다. 선거참모들의 달콤한 아이디어에 오히려 발목을 잡힌 것이다. 54년 만에 집권했던 일본 민주당이 자민당에 정권을 금방 빼앗긴 이유 중 하나도 소비세율 인상 추진이었다.

세금은 이렇듯 정치변동과 밀접하다. 미국 독립에 불을 댕긴 보스턴 차 사건은 영국의 동인도회사 차 수입독점 사업에서 시작됐고, 프랑스혁명도 증세를 위한 3부회의 소집에서 비롯됐다. 우리 국민은 조선시대 백골징포와 일제의 횡포를 경험한 데다 6·25 때 세금을 더 걷기 위해 벼 낟알을 세는 인민군까지 겪은 탓에 ‘세금=수탈’ 인식이 강하다. 복지를 화두로 내세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증세를 공약한 주요 후보가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분명한 것은 단 두 가지뿐인데 하나는 죽음이고 하나는 세금”(벤저민 플랭클린), “세상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소득세”(아인슈타인), “오줌에 부과한 세금이라도 돈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베스파시아누스) 등의 명언이 즐비하다.

미국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지배권력과 경제번영’에서 세금징수자를 왕과 도적에 비유하면서 이를 정주형(定住型) 조폭과 유랑형(流浪型) 조폭에 빗대 설명했다. 정주형은 장사가 잘 되도록 보살피면서 수익을 오래 가져가지만 유랑형은 재생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약탈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세금도 현명하게 걷어야 한다. 복지에는 증세가 필요한데 돈 문제에 고분고분할 사람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국채로 복지를 늘리겠다고 큰소리를 쳤으니 더 그렇다. 하지만 나랏빚은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만 서비스를 원한다면 누군가가 내야 하는 필요악”(마이클 블룸버그)이 곧 세금이다.

문제는 거둘 돈은 적고 쓸 데는 많다는 것이다. 이 딜레마는 숨긴다고 해결될 게 아니다. 그러니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선거판에서 여야 모두 그렇게 복지를 외쳤던 만큼 이젠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걸 터놓고 의논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연봉 얼마 이상은 이만큼 더 내라는 식으로는 조세저항만 불러올 뿐이다. 생 텍쥐페리는 “배를 짓고 싶으면 북을 울려 사람을 모으고 연장을 나눠주라. 배를 짓도록 강요하지 말고 다만 먼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갈망을 일깨워라”고 했다. 리더의 역할은 이런 것이다. 그것이 돈과 직결되는 문제일 땐 더욱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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