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세 vs 복지…국민적 합의까지 끝장토론 해보자

입력 2013-08-13 18:10   수정 2013-08-13 21:06

내년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극심한 논란과 파행이 닷새째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어제 세제개편 수정안을 새누리당에 보고했다. 세부담 증가 기준선을 연봉 3450만원에서 5500만원(중위소득의 150%)으로 높이고, 5500만~7000만원 근로소득자는 추가 부담을 16만원에서 2만~3만원으로 대폭 낮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수정안을 내놓은 것도 조급했거니와 그런다고 성난 여론이 수그러들지는 미지수다. 수정안대로라면 당초 안에 비해 소득세 세수가 4000억원 줄어드는데 이는 또 무엇으로 메울 것인가. 당장 상반기 세수 부족분만도 9조4061억원에 이르는 형편이다.

복지와 증세의 충돌이다.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저성장으로 세수 확보에 급제동이 걸렸는데 복지공약은 이에 아랑곳않고 과속질주를 해왔던 터다. 본란에서 줄곧 지적했듯이 ‘증세 없는 복지’는 현실에선 불가능한 마술일 따름이다. 복지 구조조정이냐, 증세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은 불가피하다. 복지 포퓰리즘에 빠진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자, 세금폭탄 공세를 편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똑같이 당면할 문제다.

이번 파동은 세금 더 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없고, 조세형평성에 불만 없는 봉급생활자도 없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켰다. 고소득 전문직의 소득탈루율이 37%에 이르는 판에 유리알 봉급생활자를 쥐어짜는 것은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복지공약의 원안을 고수하는 한 증세 논쟁과 납세자 반발은 필연적이다. 그렇다고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은 전혀 대안이 못 된다. 세계 각국의 세율인하 경쟁에 역행할 경우 되레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을 내쫓아 세수와 일자리를 더 줄이는 악순환을 부를 게 뻔하다. 이는 ‘거위털’이 아니라 거위를 잡는 꼴이다.

복지선진국의 사례를 봐도 복지와 증세의 방정식에 정답은 없다. 사회적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이냐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복지 확대를 위해 증세를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증세 대신 복지를 구조조정할 것인가. 더 많은 복지를 원한다면 과연 부가세 인상 등 보편적 증세를 수용할 용의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난제들이다. 끝장토론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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