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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22년째를 맞은 전윤호 시인(사진)의 네 번째 시집 《늦은 인사》(실천문학사)는 이처럼 순탄치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50세 가장의 조용한 고백이다. 그는 거대담론을 거창하게 늘어놓지 않는다. 다만 잠든 아내에게서, 취미로 나선 축구 경기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서 삶의 이치와 어려움을 가만히 포착한다.
‘초파일 아침/절에 가자던 아내가 자고 있다/다른 식구들도 일 년에 한 번은 가야 한다고/다그치던 아내가 자고 있다/엄마 깨워야지?/아이가 묻는다/아니 그냥 자게 하자/매일 출근하는 아내에게/오늘 하루 늦잠은 얼마나 아름다운 절이랴/(…)/고른 숨결로 깊은 잠에 빠진/적멸보궁/초파일 아침/나는 안방에 법당을 세우고/연등 같은 아이들과/잠자는 설법을 듣는다’. (‘수면사(睡眠寺)’ 부분)
‘돌아보면 그는 평범한 사내/거리를 걸으면 보이지도 않지/지금 여기 살고 있다는 건/아무 사건도 아닌 일상일 뿐/하지만 그는 골키퍼/장갑을 끼고 골대 앞에서 서면/승부를 좌우하는 수문장이 되지/운동장에서 제일 외로운 자리/등 뒤에 천국과 지옥이 있지’. (‘골키퍼’ 부분)
표제작 ‘늦은 인사’는 시인이 어릴 때 헤어진 어머니에게 전하는 시다. 시집에는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자주 등장한다. 표제작이 시집의 마지막에 나오는 건 50대가 돼서도 차마 어머니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안타까움의 표현일까.
‘그 바닷가에서 당신은/버스를 탔겠지/싸우다 지친 여름이 푸르스름한 새벽/내가 잠든 사이/분홍 가방 끌고/(…)/가는 사람은 가는 사정이 있고/남는 사람은 남는 형편이 있네/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잘 가 엄마/아지랑이 하늘하늘 오르는 봄/이제야 미움 없이/인사를 보내’.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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