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선 금리 인상에 무게 실리는데…증권사 CMA 금리는 '역주행'

입력 2013-08-14 17:21   수정 2013-08-14 21:44

미래에셋·한국투자 일제 하향 "역마진 심해져 조정 불가피"
외화 RP 등 상품도 금리 낮춰



서울 상암동에 사는 송현수 씨(64)는 14일 증권사에 들러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가입했다. 만기 된 은행 예금 4000만원을 단기간 묻어두기에 적당할 것 같아서다. 그러나 금리가 연 2.5%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선 적지 않게 실망했다. 송씨는 “요즘엔 은퇴자들이 단기이든 장기이든 재테크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단기 금융상품인 CMA 금리를 일제히 낮추고 있다. 지난 6월 ‘버냉키 쇼크’ 이후 채권금리 상승과 맞물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증권사들은 지난 9일 대표 상품인 MMW(머니마켓랩)형 CMA 금리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개인 고객은 종전 연 2.50%에서 2.48%로 0.02%포인트, 법인에 대해선 연 2.48%에서 2.45%로 0.03%포인트 각각 낮췄다. CMA는 단 하루만 맡겨도 비교적 높은 이자를 주는 금융상품이어서 단기 부동자금이 많이 몰렸다. 특히 MMW는 우량 금융회사의 콜론과 예수금 등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로, CMA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MMW를 운용하는 한국증권금융 측이 역마진 심화를 이유로 금리 조정을 요청해 왔다”며 “당초 예상과 달리 시중금리도 추가 하락하는 추세여서 CMA 금리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는 이와 별도로 다른 금융상품의 금리도 인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4일부터 미국 달러로 표시되는 외화 RP 금리를 기간에 따라 연 0.1~0.2%포인트씩 낮춰 적용하기로 했다. 7~30일간 적용하는 외화 RP의 금리를 종전 연 0.6%에서 0.5%로, 31일짜리는 연 0.8%에서 0.6%로, 61일짜리는 연 0.9%에서 0.8%로, 91일짜리는 연 1.1%에서 1%로 각각 인하했다. 각 약정기간 이전 또는 이후에 찾으면 연 0.3%의 금리만 적용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에 달러 RP의 금리를 낮췄지만 그래도 시중은행의 일반 외화예금에 비해선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금리 인하는 시장 예측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증권사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 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왔다.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2.5% 수준에서 상당 기간 유지되고 있는 데다 증권사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CMA와 같은 단기 금융상품의 경우 한국은행 기준금리 수준에 따라 당분간 매우 낮은 수준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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