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국제고 4곳 중 1곳, '이과반·의대반' 편법운영

입력 2013-08-14 17:23   수정 2013-08-15 00:36

외국어고·국제고의 4곳 가운데 1곳이 정규 교육과정에 자연계 과목을 개설하는 등 이른바 ‘이과반’을 편법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특목고 특성화중학교 자율형사립고 등이 교육과정을 부당운영하거나 입학·회계부정을 저지르면 지정을 취소토록 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전국 31개 외국어고와 7개 국제고의 교육과정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9곳(23.7%)이 이과반이나 의대 준비반을 개설하는 등 편법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경기도의 한 외고는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수학의 활용’ 지필평가 문제를 이과 수학 수준으로 출제했고 다른 외고와 국제고 2곳도 기하와 벡터, 수학Ⅱ, 화학Ⅱ 등 자연계 과목을 편성·운영했다.

경남과 강원, 세종시, 부산 소재 외고와 국제고도 2~3학년 교육과정에 수Ⅱ, 미적분과 통계기본, 적분과 통계 등 이과생이 배우는 수업을 개설하거나 아예 2~3학년에 2개반씩 이과반을 만들었다.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수학 B형반’ ‘수학 심화반’ ‘자연 논술반’ ‘기하와 벡터 심화반’ ‘적분과 통계반’ 등을 개설한 학교도 2곳 있었으며 신입생 모집요강에 의대 등 이과계열 진학 사항을 표시한 학교도 있었다.

교육부는 이들 편법 운영학교에 기관경고 등 시정명령을 내리고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부는 이날 특성화중·특목고·자사고 등이 교육과정을 편법운영하거나 회계·입학비리가 있으면 지정기간 내에도 교육감이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학교가 신청하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해 자사고 등이 언제든지 일반고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개정안을 적용받는 전국 학교는 올해 3월1일 기준 특성화중 27개교, 특목고 135개교, 자사고 49개교 등 211개교이며 이르면 11월께 법령 개정이 완료된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입시비리가 드러난 영훈국제중에도 법령을 소급 적용하는 별도의 근거 조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훈국제중 사태가 종료됐다고 보고 이번 개정 법령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할지, 아직 진행형이라고 보고 지정을 취소할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할지 등은 모두 서울시교육감의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영훈국제중에 임시 이사를 파견토록 하는 등 현행법상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했다”며 지정을 취소하지 않을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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