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 시작, 페이팔
학자 꿈 버리고 제2의 MS 창업 꿈…페이팔 성공 발판삼아 링크트인 세워
성공의 비결, 선택과 집중
취업준비생과 전문가 교류에 초점…경력관리 콘텐츠…2억2500만명 가입
美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IT기업
사이트 메뉴 서너개 간결한 정보제공…유료회원 증가로 3년간 매출 102%↑
2003년 5월 리드 호프먼(Reid Hoffman)의 집 거실. 그의 머릿속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터넷 결제서비스 페이팔 창립 멤버였던 호프먼은 7개월 전인 2002년 10월 동업자들과 함께 회사를 15억달러에 이베이에 매각한 뒤 신규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와 명함첩을 뒤져 350명의 지인을 추려냈다. 그리고 각자의 직업과 전공, 연락처 등 프로필을 직접 작성해 자신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세계 최대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트인(LinkedIn)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2011년 SNS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링크트인의 주가는 첫날 공모가 45달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94.25달러에 마감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시가총액은 89억달러(약 9조9422억원)가 됐다. 21.4% 지분을 보유했던 호프먼은 링크트인 상장으로 18억달러를 거머쥐게 돼 포브스 선정 세계 4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링크트인의 회원 수는 2억25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3년간 매출은 평균 102% 증가하며 포브스 선정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정보기술(IT)기업’에 선정됐다. 페이스북과 애플도 앞지른 결과다.
○학자가 꿈이었던 남자
호프먼의 어릴 적 꿈은 학자였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인지과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학자의 길은 그의 성에 차지 않았다. ‘기껏해야 50명 남짓 읽는 책’ 대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상을 바꿀 소프트웨어 회사를 세우기로 결심했다.
애플과 후지쓰를 거치며 준비해 온 그는 1997년 ‘소셜넷닷컴’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인지과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얻은 통찰력은 이때부터 소셜네트워킹의 가능성에 눈을 뜨게 해줬다. 그는 “친척, 친구 등 밀접한 인맥과 함께 몇 다리 건너 알 만한 느슨한 인맥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느슨한 인맥을 만드는 데 SNS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혜안은 1990년대를 휩쓴 ‘닷컴 거품’ 속에 묻혀버렸다. 회사도 2년 만에 접을 정도로 쓴맛을 봤다.
소셜넷닷컴의 실패로 시련을 겪은 호프먼은 포기하지 않고 재창업에 나섰다. 1998년 페이팔 창업에 뛰어들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나중에 회사를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신규사업을 시작할 자금을 확보한데다,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막강한 인맥도 얻었다.
○창업 원동력은 ‘마당발’
호프먼은 ‘실리콘밸리의 마당발’로 통한다. 일찍이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넓은 인맥을 사업에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징가, 식스어파트 등 10개 IT기업의 이사일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플리커 등 60개 기업에 투자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넓은 인맥을 구축했다.
호프먼이 링크트인을 구상하게 된 것도 오프라인에 있는 자신의 인맥을 SNS와 접목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다. 페이팔과 소셜넷닷컴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실리콘밸리 인맥을 통해 회사를 꾸렸다. 자신의 인맥을 자산으로 인구 2억2500만여명의 ‘링크트인 왕국’을 건설한 것이다.
호프먼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시대엔 모든 직장인이 각자 하나의 1인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세계의 소셜네트워킹을 통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고 역량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며 소셜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공 키워드는 ‘단순화’
그가 생각하기에, 대중성을 앞세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각각 친분 강화와 여론 선도 기능이 크지만 전문적인 콘텐츠 전달에는 한계가 있었다. 호프먼은 전문성에 초점을 맞췄다. 특정 분야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과 이들과 교류하고 싶은 취업준비생으로 타깃을 단순화했다. 그의 선택과 집중은 비즈니스 SNS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2억25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으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호프먼의 인지과학 지식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서비스 디자인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2011년 공개한 아이폰 애플리케이션(앱)은 단 네 개의 메뉴로 구성했고, 지난해 5월 공개한 윈도폰·아이패드 앱 역시 단순함을 무기로 인기를 얻었다. 가장 최근 결과물은 지난해 7월 실시한 사이트 개편이다. 화면 왼쪽에 복잡하게 구성했던 메뉴를 상단 바(bar)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의 전략은 적중해 사이트 개편 뒤 하루 총 방문자 수는 평균 38%, 페이지뷰는 60% 이상 증가했다.
호프먼의 단순화 전략은 정보획득 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인터넷에 너무 많은 정보가 넘쳐나면서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떤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정보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간파한 결과다. 호프먼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제공하는 ‘정보전달 단순화’에 집중했다. 2011년에 첫선을 보인 사용자 맞춤형 뉴스 서비스 ‘링크트인 투데이’는 2012년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의 통찰력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리더’ 기능으로 발전하면서 페이지뷰 63% 증가, 광고 수익 56% 상승이라는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분산투자에 주력
호프먼은 위험요인을 최소화하는 데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링크트인의 수익모델은 이 같은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링크트인의 수익원은 기업 광고에만 한정하지 않고 채용 관련 서비스, 유료 회원제 등으로 분산돼 있다. 채용 관련 서비스는 링크트인 수익의 42%를 차지하는 주 수익원이며 기업 광고 서비스가 33%, 유료 회원제가 25%의 비중을 각각 차지한다.
이는 급변하는 광고시장 경기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꼽힌다. 대표적 SNS 기업인 페이스북의 광고 수익 비중이 총 매출의 85%에 이르는 것과 비교해도 뚜렷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그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60개에 이르는 것도 위험 요인을 분산하려는 그의 기질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있다.
최근 호프먼은 다양한 문화권의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위해 미국의 이민법 개정 운동에 나섰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주축으로 이민법 개정운동을 벌이기 위해 지난 4월 창설된 실리콘밸리 경영진 모임인 ‘포워드US’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마리사 마이어 야후 최고경영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평소 인맥을 중시하는 그가 국경을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물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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