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라라 호프만스 지음│ 이건 옮김 │ 부키 │ 256쪽│ 1만4800원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투자상식’으로 불리는 명제들이 있다.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 ‘손절매가 손실을 막아 준다’와 같은 것들이다. 많은 사람이 이런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행동한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3년 연속 마이너스 성과를 냈다는 한 증권사의 조사 결과를 보면 투자상식이 꼭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 같지도 않다.
《주식시장의 17가지 미신》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투자상식이 과연 옳은 것인지, 어떻게 개인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는지를 수십년 동안 축적한 주식시장 데이터를 통해 설명한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피셔인베스트먼트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저자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방법 중 3분의 2는 실수를 피하는 것이고, 3분의 1은 옳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수만 피할 수 있어도 실패율을 낮출 수 있고 올바른 선택까지 한다면 전문가보다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먼저 ‘채권이 주식보다 안전하다’는 투자상식에 대해 “장기적으로 주식이 훨씬 안전하다”고 반박한다. 단기적으로는 채권의 변동성이 주식보다 작은 것은 맞지만 20~30년의 장기 수익률을 보면 주식의 변동성이 채권보다 작다는 것. 1~2년 짧게 투자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채권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가진 주식을 매입가격 이하로 파는 ‘손절매’에 대해서도 상식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손절매는 되레 장기적으로 돈을 날리는 기법이라는 것.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했을 때 팔아야 할지, 그 적정 수준을 ‘개미 투자자’들은 알기가 쉽지 않아서다. 오히려 세금과 거래 비용을 높이고 매매 횟수를 늘려 증권회사의 배만 불려 준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한다. “공포감이 절정에 이르고 투자심리가 가장 위축된 때야말로 위험이 가장 작은 시점”이라는 것이다. 1932년부터 2009년까지 강세장의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강세장의 평균 수익률은 연 21%로 나타났지만 강세장 첫 해의 평균 수익률은 그 두 배가 넘었다. 첫해 수익의 절반가량은 초반 3개월에 나왔다. 약세장에서 입은 손실이 15~20%에 이르더라도 새 강세장의 반등을 올라타라는 조언이다.
고배당주로 확실한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에도 메스를 들이댄다. 배당을 지급하는 회사는 현금이 많기 때문에 건전한 회사일 것이라고 믿기 쉽다. 하지만 PG&E는 주가가 폭락했을 때 배당수익률이 상승했고 리먼브러더스는 파산 몇 주 전인 2008년 8월에도 배당을 지급했다. 배당은 안전을 보장하는 신호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밖에도 저자는 ‘자산 배분은 나이에 맞춰서 하라’ ‘소형 가치주가 항상 우월하다’ ‘실업률이 상승하면 주가가 하락한다’ ‘사회 혼란이 주가를 떨어뜨린다’ 등의 투자상식도 조목조목 반박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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