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도시가 좋아요. 그런데 몽골에 다녀온 뒤 생각이 달라졌어요.” 전형적인 ‘차도녀’인 지인의 말은 뜻밖이었다. 친구와 함께 그곳에 다녀왔다는 그는 처음에는 마지못해 동행했지만 놀랍게도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것.
빌딩의 숲, 사람과 자동차의 장막에 갇혀 도시 밖으로 나가리라고는 엄두도 못 내던 그. 똑딱똑딱 시간의 채찍에 늘 마음 졸이던 그.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발버둥 치던 그. 물질적, 감각적 욕망을 자극하는 소비 제국의 맹목적 추종자였던 그는 그런 인위의 장막 속에서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잊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몽골 초원에서 자신을 가리고 있던 모든 인위적 가리개가 사라짐을 느꼈다. 그를 둘러싼 것은 오직 녹색의 초원과 푸르른 하늘뿐. 비로소 잊혀진 자기 자신을 마중하는 순간이었다. 그 드넓은 모노톤의 장엄한 공간에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이제 현상보다는 본질을 얘기하는, 물질보다는 정신을 보듬는 그는 완전히 딴 사람이다. 자연 앞에서 마음의 옷을 벗어던진 때문이리라. 세상에 자연만한 마음의 치유제는 드문가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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