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졸업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 덜어줘 중견기업
정부가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중견기업이 겪는 세제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했다. 지금은 R&D 비용 가운데 8%를 법인세에서 깎아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15%를 공제해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줄어드는 세제지원 문제 해소
15일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중견기업의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하고, 이 같은 방안을 이르면 다음달 발표하는 중소·중견기업 지원 대책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세액공제율은 중견기업연합회와 중기청 등이 기재부에 건의한 대로 15%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중견기업은 현재 8%의 R&D 세액공제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이 받고 있는 R&D 세액공제율이 25%인 것에 비하면 세제 지원이 적다. 중소기업 졸업 후 3년차까지 R&D 비용의 15%, 4~5년차에는 10%를 공제해주는 등 완충 구간을 두고 있긴 하지만 5년 이후에는 이 같은 지원이 끝나 R&D 중심의 중견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 때문에 충분히 성장한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것을 거부하는 ‘피터팬 콤플렉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정부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승격 부담으로 지적받아 온 급격한 세제 지원 축소의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승격한 전자부품업체 A사의 경우 매출의 10% 정도(250억원)를 R&D에 투자한다. 올해 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R&D 세액공제액이 62억5000만원에서 37억5000만원으로 25억원 줄어들었다. R&D 세액공제 축소 유예기간이 끝나는 5년 뒤에는 세액공제액이 20억원(8%)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A사 관계자는 “신사업이 자리를 잡은 덕분에 회사 전체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중소기업의 지위를 잃는 올해부터 고전이 예상된다”며 “R&D 비용부터 줄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지난해 중견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용 비중은 대기업(2.25%)보다 낮은 1.68%에 불과하다.
○중소→중견 오르는 사다리 지원
정부가 중견기업 R&D 세액공제율을 높이기로 결정한 것은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으로 들어서면서 겪는 ‘성장통’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중소기업특별세액공제 등 47개 지원이 끊긴다. 반면 규제는 190개 늘어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중소기업을 졸업한 뒤 성장통을 겪는 중견기업에 별도의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피터팬 콤플렉스로 인해 일부 중소기업은 매출 정체 현상을 빚기도 한다. 중견기업이 되면서 각종 지원을 못 받느니 중소기업 지위를 1년 더 연장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중기청과 중견기업연합회가 지난달 조사한 ‘2013년 중견기업 애로 요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졸업한 지 5년 이내 중견기업 중 23.9%가 중소기업 회귀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1500억원을 넘어 더 이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기업 가운데 26.7%도 중소기업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견이었다. 기업들이 성장을 거부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 중견기업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기업으로, 3년 평균 매출이 1500억 원 이상이지만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군에는 속하지 않는 회사. 중소기업 졸업 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중견기업으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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