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보험 볼모된 의료산업 이대로 둘 건가

입력 2013-08-16 17:40   수정 2013-08-17 02:47

“규제를 완화하고 수출을 적극 추진하면 2020년까지 약 5조2763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10만 4069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의료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성장과 일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이만한 산업도 없다. 그러나 국내 의료산업은 수출은커녕 저성장의 늪에 빠진 내수 낙후 산업에 불과하다. 0.1%의 수재들이 의대를 간다는데 의료산업은 왜 이 지경이 된 건가.

핵심 원인은 영리병원 설립을 가로막는 규제에 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영리병원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산업 선진화를 외쳐왔지만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경제특구와 제주도에서만이라도 영리병원을 해 보자는 대안 역시 아무런 진전이 없다. 송도경제특구의 영리병원 부지는 잡초만 무성하고, 제주도도 깜깜무소식이다.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건강보험 체계가 바로 붕괴될 것이라는 시민단체들의 선동에 국회, 지자체, 심지어 보건복지부조차 단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획일화된 의료정책과 수가에 기반한 지금의 건강보험 체계야말로 의료산업 선진화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오죽하면 의사들조차 이 체계에 함몰돼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지경이 됐다. 의료산업의 사회주의화가 만연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바깥 세상은 국내와는 전혀 딴판이다. 기본적 건강을 지키는 일(비영리)과는 별도로 고급의료 수요는 민간(영리)에 맡기는 게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복지국가인 스웨덴이나 프랑스는 물론 심지어 중국조차 영리법인을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영리병원 설립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태국은 한 해 유치하는 의료관광객만 우리의 13배가 넘는 156만명에 달할 정도다. 각국이 의료산업을 유망 수출산업이자 미래 성장엔진으로 키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는데 오직 한국만이 이 대열에서 낙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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