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풍수] 산의 형상과 명당

입력 2013-08-18 14:25  

학창시절 목청껏 불렀던 노래가 교가다. 졸업 후 동창들과의 회식자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추억을 되살리는 교가다. 그런데 교가에는 대개 ‘OO산 정기 어린’이란 가사가 등장하곤 한다. 교가에 산 이름이 끼어있는 것은 학교가 명산의 정기를 받았고, 그 덕분에 훌륭한 인재를 많이 배출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다.

풍수에서 명당 주위의 산을 ‘사(砂·모래)’라고 부른다. 옛날에 풍수를 가르칠 때 스승은 제자를 강가로 데려가 모래를 이용해 산의 모양을 만들어 보여줬기 때문이다.

산의 형상은 수려하면서 방정(方正)한 것이 최고다. 형상에 따라 명당의 기를 순화시키기도 하고 혹은 이탈시키기도 하는데 명당을 향하고, 맞이하고, 받들어 모시고, 호위하면 좋은 것이다. 기울어져 있고,추악하거나, 명당을 등지고, 화를 내는 형상이면 흉하다.

산의 길흉을 제대로 분별하려면 산을 감상의 대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특히 눈여겨 조심해야 할 산이 규봉(窺峰)이다. 일명 월견(越肩)이라고 한다. 마치 구경꾼이 담장을 넘어 집안을 들여다보듯, 청룡과 백호 너머에서 명당을 살짝 넘겨다보는 산이란 뜻이다.

규봉이 바라보이면 도둑을 맞거나 재물을 손해 본다고 한다. 청룡 너머에 규봉이 있으면 아들이나 사위가 재산을 탕진하고, 백호 너머에 있으면 딸 혹은 며느리가 재산을 훔쳐간다고도 한다. 어떤 크기의 흉측한 모습으로 집안을 들여다보는 가에 따라 피해 정도가 결정된다.

‘조선의 풍수’란 책에서는 규봉 때문에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건국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도선국사가 개성을 고려의 도읍지로 정할 때다. 송악산에 올라 산천지세를 살폈는데 그 날은 날씨가 흐려 멀리까지 바라볼 수 없었다. 임금이 사는 대궐을 짓고 난 뒤 다시 한 번 산세를 살폈더니 손방(巽方·남동방)에서 개성의 지기를 훔치는 삼각산이 규봉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삼각산이 개성의 지기를 훔쳐가 고려의 국운이 점차 쇠진해 질 것을 염려한 도선국사는 비보책으로 등경암에 한 개의 장명등(長明燈·무덤 앞이나 절 등지에 세우는 돌로 만든 등)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비보책은 시효가 오백년이었다. 고려의 국운은 결국 삼각산 아래에 도읍을 정한 조선에 의해 끝났다.

산을 볼 때면 흉기를 뻗치는 또다른 것들도 조심해야 한다. 예각이 날카롭고 끝이 뾰족한 바위나 고목의 죽은 나뭇가지가 직접 바라보이면 사람이 몸을 다친다. 앞산이 마치 빨랫줄에 치마를 널어놓은 듯이 겹겹으로 주름져 보이면 곡살(찬바람)이 뿜어져 나와 생기를 앗아가고 사람이 음탕하게 변한다. 주변에 높고 험악한 산이 있어 명당의 기를 압도하거나 능멸하면 재산을 잃는 피해를 입는다.

의사는 환자의 외모만을 살피지 않고 환자의 오장육부를 자세히 진찰한 뒤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치료 방법을 강구한다.

마찬가지로 산의 형상, 위치, 규모, 짜임새 등이 운명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을 고려하면 자연 속에서 보다 건강하고 복되게 사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고제희 < 대동풍수지리학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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