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노조 계파 투쟁…위원장 선거때마다 파업 강도 세졌다

입력 2013-08-18 16:59   수정 2013-08-19 01:25

현대차노조 파업 임박 - 연례파업의 근본 원인'勞勞갈등'

7대 계파 세력확대 위해 선명성 경쟁
집행부 선거 때마다 고강도 파업 되풀이



작년 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8일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 내 ‘강성’으로 분류되는 문용문 노조위원장 등 현 집행부는 이를 통해 1인당 평균 2260만원의 임금과 야간근무 폐지 등의 합의안을 회사에서 얻어냈다. 물론 파업으로 8만2088대의 생산 차질을 빚으며 1조7048억원의 손실을 입힌 끝에 얻은 ‘성과’였다. 그런데 노조원을 대상으로 벌인 임금협상안 찬반투표 결과 찬성은 52.7%에 불과했다. 여느 노조보다 ‘화려한 업적’을 올렸는데도 찬성률이 낮았던 까닭은 뭘까. 현 집행부의 ‘재집권’을 경계하는 다른 계파들의 조직적인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음달 말로 현 문용문 집행부의 임기가 끝나고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노조 내 계파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가 무려 180가지의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파업을 예고한 배경에도 계파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 전직 노조간부 김모씨(50)는 “현대차 노조가 20년 이상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인 건 계파 간 권력 암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막강한 노조 권력을 쥐기 위한 계파 간 선명성 경쟁이 파업의 원인이란 지적이다.


○7개 계파 간 노노 갈등

현대차 노조는 겉보기엔 단일대오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복잡하다. 서로 성향을 달리하는 계파가 7개나 존재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13개 이상이던 계파는 최근 3~4년 새 7개로 통합됐다. 이 가운데 현 집행부가 속한 ‘민주현장’과 ‘금속연대’ ‘금속민투위’ 등은 강성으로 분류되는 조직이다. ‘현민노’와 ‘들불’ ‘소통과 연대’ 등은 중도 좌파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노조를 이끈 이경훈 전 위원장이 속한 ‘현장노동자’는 실리주의 성향으로 분류된다. 각 계파는 2년에 한 번 있는 노조위원장 선거 때마다 이해 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했다. 재작년 노조위원장 선거 때는 문 위원장이 속한 민주현장과 금속연대가 연합해 당선됐다.

각 계파는 소속 대의원들을 통해 15개 공장별·지역별 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근 거부, 생산 물량 전환 배치 등도 계파 간 이해득실에 따라 좌우된다. 예를 들어 지난 5~6월 주말 특근 재개 여부를 놓고 끝까지 특근을 거부했던 울산 1공장은 강성 성향의 계파인 금속연대 소속 대위원들이 장악한 곳이다.

계파 간 다툼은 선명성 경쟁 수준을 넘어 집행부 흔들기로 나타나기도 한다. 작년에는 현 집행부가 소속된 민주현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민투위라는 계파가 노사 협상장을 봉쇄하기도 했다. 2008년 민투위가 노조 집행부를 맡았을 때는 민주현장 계파가 협상장 봉쇄를 주도했다. 중도실리를 추구하는 전현노(현 현장노동자) 소속 이경훈 전 노조위원장은 2011년 다른 계파들의 집단행동으로 노사협상이 파행을 거듭하자 조합원 보고대회장에서 새끼손가락을 절단하기도 했다.

○집권 위해 강경 투쟁

문제는 이들 계파 간 권력 투쟁이 강경 파업으로 치닫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데 있다. 특히 노조 집행부 선거가 열리는 해에는 늘상 고강도 파업이 되풀이됐다. 전직 노조 간부 출신 인사는 “재선을 노리는 집행부와 이를 거부하는 현장 조직들 간에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파업을 통해 강성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선명성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나타나고 있다. 현 집행부의 임기는 다음달 말로 끝난다. 이에 따라 각 계파는 ‘차기 집권’을 위해 온갖 요구 조건을 이번 임단협 협상안에 넣고 파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민주현장(문용문 집행부)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던 금속연대가 대표적이다. 올해 집행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금속연대 측은 문 위원장 등 현 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노조 계파 간 갈등은 고스란히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20여년 넘게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현대차는 120만4458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3조373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올해도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로 13주 동안 6만3000여대, 1조3000억원어치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한 노동전문가는 “노조 위원장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노·노 갈등은 이제 회사 측도 감히 손대지 못하는 노조만의 특권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현대차 노조는 한국에서 가장 큰 특권을 누리는 ‘갑 중의 갑’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산=하인식/이태명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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