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금지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19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29일부터 분리형 BW 발행이 15년 만에 전면 금지된다.
최근 분리형 BW 발행의 '막차타기'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분리형 BW 발행 금지로 중소기업, 신용도가 낮은 기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BW는 해당 발행기업의 신주를 일정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부여된 채권을 말한다. 분리형 BW는 워런트와 채권을 분리해 각각 매매할 수 있다.
하지만 분리형 BW가 경영진과 오너의 지분 확보, 편법 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 14년8개월 만에 발행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발행된 BW는 217건으로 전년 동기 149건에 비해 45.63% 증가했다. 발행 규모도 53.64% 성장한 2조2355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사모 방식으로 발행된 BW가 전체의 75%인 1조6812억 원에 달했다. 상장사 경영진들이 분리형 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자금과 지분 확보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막차 타기에 나선 기업 중 동부제철이 눈에 띈다. 동부제철은 마지막 날인 29일에 맞춰 300억 원 상당의 분리형 BW를 발행한다. 이 BW는 사실상 대기업이 발행하는 마지막 분리형 BW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분리형 BW 발행 금지로 재무 사정이 안 좋은 업체와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웅진과 STX 사태를 거치며 자금난을 맞은 일부 중소기업과 재무 건전성이 낮은 기업들이 막다른 길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BW를 발행하는 기업은 일반적으로 금융권으로부터 직접 금융 조달이 쉽지 않거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을 보유하지 못한 회사" 라며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될 경우 일부 비우량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주주들과 경영진에 악용됐다는 측면을 감안해도 담보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조달 활로를 막았다는 점에서 해당 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몰릴 수 있다" 며 "이번 분리형 BW 금지는 미봉책에 불과하고 부작용이 커질 경우 정부 측도 다시 허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 시점에서 분리형 BW의 대체재로는 딱히 뾰족한 수를 찾기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BW와 유사한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나 유상증자 등이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분리형 BW의 공백이 당분간 불가피 하다는 전망이다.
정진교 코스닥협회 연구정책본부장은 "상장사들 입장에선 풋옵션, 워런트 등의 조건을 제공하는 분리형 BW를 통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지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며 "분리형 BW 발행 금지 이후 현 시점에선 관련 수요를 메워줄 수단이 딱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업무 관계자는 "사모 방식 CB 발행 시 추가적인 계약을 통해 전환권과 사채 투자자를 나누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면서도 "투자자 선호도 등을 감안하면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분리형 BW 발행 금지를 앞두고 대부분 기업들이 BW 발행에 나선 만큼 당분간 자금조달 시장에 공백기가 발생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최근 BW 발행 급증 추이가 향후 증시 수급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리서치팀장은 "CB와 BW의 경우 일정 기간 이후 주식으로 전환돼 증시에서 물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 이라며 "투자 시 BW와 CB 발행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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