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주)STX 법정관리 가능성 커졌다

입력 2013-08-20 10:23   수정 2013-08-23 15:26

채권단 ‘조건부 정상화’ 결론…자율협약 중단 위기


이 기사는 08월19일(16:3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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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에 대한 실사 결과, ‘조건부 정상화’라는 결론이 나왔다. 공모사채 투자자 등 비협약 채권자들이 자율협약에 참여하겠다는 확약서를 내면 채권단이 이 회사를 정상화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율협약 체결이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STX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STX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삼일회계법인은 19일 ㈜STX의 계속기업가치는 8767억원으로 청산가치(7472억원)보다 1295억원 많다는 내용의 실사결과를 채권단에 보고했다. 산업은행은 일단 △5대 1 균등감자 △출자전환 △잔여채권 2017년말까지 상환유예 △금리 인하 등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패키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비협약 채권자들의 자율협약 참여 확약서 제출이라는 ‘특약조건’이 통과돼야 한다고 내걸었다. 통상 계속기업가치가 높으면 회사에 신규자금을 지원해 정상화해서 더 많은 채권을 회수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마련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정상화보다는 청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채권단, “사업모델 지속 불확실”
회계법인은 만약 ㈜STX에 돈을 대서 정상화할 경우 약 4000억~5500억원의 신규자금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채권단은 이 돈을 들여 회사를 살릴 때 얻는 이익보다, 돈을 들였다가 못 받게 되는 리스크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제일 큰 이유는 ㈜STX가 앞으로 돈을 벌어들일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회계법인은 일단 이 회사의 현재 사업모델을 기준으로 미래가치를 판단했는데, 현재 사업모델이 지속될 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STX는 지주사업부문과 종합상사부문 두 가지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지주사업부문은 계열사에서 상표권 사용료(매출액의 0.3%)를 받거나 배당금 수익을 받는 것이 주요 수입이다. 종합상사부문은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등과 같이 에너지 곡물 등의 무역을 하거나 해외자원 개발을 해서 돈을 번다.

문제는 지난해 이 회사에 698억원 영업이익을 안겨준 지주사업부문이다. 주요 자회사들이 법원의 관리를 받거나(STX팬오션) 채권단 관리(STX조선해양 등)를 받게 된 만큼 더 이상 지주사에 사실상 공짜로 수익을 나눠줄 명분이 없다. 종합상사부문은 매출액 덩치(2012년 기준 4조470억원)은 크지만 영업이익률이 매우 낮다. 지난해에는 152억원 손실을 봤고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73억원에 그쳤다. 또 매출 중 절반 가량이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도 앞으로는 끊길 가능성이 있다고 채권단은 평가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 결과를 보면 회사가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는 연간 900억원 수준의 금융비용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신규자금을 지원해서 정상화를 하다가 무산될 경우 지금 청산하는 것보다 오히려 채권단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회사채 대신 갚는 셈”
신규자금을 지원할 경우 이 돈이 대부분 회사채 상환 등에 사용돼 사실상 채권단 돈으로 회사채 투자자가 이익을 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도 채권단에게는 부담이다. ㈜STX는 오는 12월3일 만기가 도래하는 1500억원 등 공모사채 2999억원을 갚아야 한다. 못 갚으면 부도가 나서 회사를 살리는 의미가 없다. 예컨대 신규자금을 4000억원(출자전환·금리인하시 필요한 금액) 댈 경우 1000억원을 뺀 나머지는 회사채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는 데 쓰이는 셈이다.

이미 일부 은행들은 회사채를 갚기 위해 신규자금을 댈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지난 5월 3000억원 신규자금 지원을 포함한 자율협약 개시 방안에 동의하면서 앞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등을 갚기 위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데는 참여할 수 없다고 단서를 붙였다. 채권단 5곳 중 2곳이 빠질 경우 나머지 3개 금융기관이 돈을 대서 회사채를 막아야 하는데, 이는 구조조정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

애써 회사를 정상화시키더라도 받을 수 있는 돈이 지금 청산했을 때 받는 돈보다 크게 많은 것도 아니라는 점도 작용했다. 이 회사가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모두 1조6648억원에 이른다. 이 중 자율협약에 참여한 금융회사들의 채권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에게는 회사가 청산할 경우의 채권 회수율(59%)과 계속 회사를 운영할 때의 채권 회수율(42%)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부결시 자율협약 중단
산업은행은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채권단에 ‘조건부 정상화방안’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을 계획이다. 채권비율 75% 이상이 동의하고 비협약 채권자들이 협약에 참여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할 경우 신규자금 지원을 통한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확약서는 일부 채권의 출자전환과 만기연장(채권자) 및 감자(주주)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될 예정이다.

비협약 채권자가 얼마나 참여해야 정상화방안이 실행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산업은행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협약 채권자가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만약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고 비협약 채권자들의 참여율도 저조할 경우, 자율협약 진행은 중단된다. 신규자금 지원도 물론 없다. 회사는 오는 12월 회사채 1500억원 만기가 올 때까지 일단 기존 자금 등을 끌어모아 회사를 운영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결될 경우 회사가 부도를 피하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TX에 대한 보유 지분율이 6.76%까지 낮아진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경영권도 관심사다. 강 회장은 최근 채권단에 3년간 경영권 보장 및 주식 우선매수권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강 회장의 경영권에 대한 논의도 조만간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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