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4.3%·태국 2.7% ↓…이머징펀드 2주째 자금 유출
외국인 2900억 샀지만 코스피 29P 하락 1887
"재정건전성 양호한 한국, 단기조정 후 저가매력 부각"
미국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를 강타했다. 지난달 신흥국으로 유입되던 글로벌 펀드 자금이 이달 들어 2주 연속 순유출로 돌아서면서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재부각되고 있다.
○닷새 만에 1900선 ‘와르르’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9.79포인트(1.55%) 하락한 1887.85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1900선이 다시 무너졌다. 뉴욕 증시가 국채금리 상승 여파로 하락했음에도 강보합으로 버티던 국내 증시는 오후 들어 아시아 주요 증시 낙폭이 커지자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이날 일본(-2.63%) 홍콩(-1.74%) 태국(-2.77%) 인도네시아(-4.28%) 등 아시아 주요 지수 대부분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자금 이탈과 통화 약세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국채금리에 이어 오전 11시께 발표된 중국 은행 간 금리(shibor)가 0.3%포인트가량 오르고, 인도네시아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가 흔들렸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이날 29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 연구위원은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고 있으나 이머징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가면 한국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이후 3주간 자금이 유입됐던 한국 관련 4대 글로벌펀드에서는 이달 들어 2주 연속 모두 15억3300만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亞 떨어져도 한국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증시 약세가 미국의 양적완화 시행 시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까지는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국내 증시 역시 영향권을 벗어나긴 힘들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한국의 차별화된 여건이 단기 충격이 마무리된 후 상대적 강세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의 역풍이 우려되는 곳은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대부분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크고 부채가 쌓인 국가들”이라며 “지난 6월 이후 한국 대만 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인 이유도 재정 건전성이 이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대에 머물고 있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성장 기대가 높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권영선 노무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하반기 성장률이 연율 기준 3.5%로 상반기(1.9%)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는 4%에 달할 전망”이라며 “중국의 성장이 둔화돼도 미국과 일본, 유로존의 수요 개선이 이를 상쇄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이 내년쯤에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 대표는 “지난 3년간 자금이 집중됐던 미국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에 달해 당분간 추가 상승이 어렵고, 유럽도 PER이 13배로 고점이 머지 않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내년 포트폴리오 전략을 짤 때쯤엔 아시아에서도 저평가된 한국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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