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턴 50% 정규직 전환 백지화

입력 2013-08-21 17:22   수정 2013-08-22 03:11

공공기관들 "부작용 많다"
시범운영 기관도 못 정해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이 채용하는 청년 인턴의 50% 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당초 올 상반기 중 일부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비율이 50% 이상인 청년 인턴제를 시범 운영한 뒤 결과가 좋으면 전체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방침이었지만 공공기관들이 난색을 표시하면서 아직까지 시범 운영 기관조차 선정하지 못한 탓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관 선정을 위해 일부 공공기관과 협의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공공기관에 정규직 전환 비율을 50% 이상으로 권고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21일 말했다.

청년 인턴은 월 120만원(주 30~40시간 근무 기준) 정도를 받고 5~12개월가량 일하는 임시직이다. 기재부는 청년 인턴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현재 공공기관에 정규직 채용 인원의 20% 이상을 청년 인턴 중에서 뽑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등에서 일부 의원이 이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기재부는 지난 4월 “상반기 중 정규직 전환 비율이 50% 이상인 청년 인턴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재부는 그러나 시범 운영 기관 선정을 위해 공공기관들과 협의한 결과 이 비율을 50% 이상으로 못박으면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규모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이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라고 하면 공공기관들이 청년 인턴 규모를 줄이거나 청년 인턴을 뽑을 때 정규직에 준하는 까다로운 자격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 청년 인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20% 수준에 그치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288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청년 인턴은 1만5654명. 이 중 정규직으로 전환한 인원은 3423명, 전환 비율은 21.9%였다. 이 비율을 50%까지 높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매년 이뤄지는 경영 평가 때 정부 방침 준수 여부가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각종 편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재부 내에선 정규직 전환 비율이 50% 이상인 청년 인턴제 도입은 처음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래 현실성이 떨어지는 방안을 정치권의 요구에 밀려 검토에 나섰다가 결국 두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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