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플이 '삼성 중독' 못끊는 이유

입력 2013-08-21 17:34   수정 2013-08-22 05:36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스마트폰 특허 분쟁으로 삼성의 부품 사용을 줄여온 애플이 최근 들어 삼성의 부품 구매를 늘리고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2년째 스마트폰 특허분쟁을 벌여왔다. 거래 관계가 중단되지는 않았지만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거래 규모를 줄여왔다.

올 들어 애플은 2015년부터 다시 삼성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아이폰에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또 2분기 들어 삼성디스플레이의 부품 구매도 다시 늘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의 매출 8%를 차지했던 애플은 1분기엔 3%까지 주문을 줄였다. 그러나 2분기엔 5%로 다시 늘었다. 상반기에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의 거래를 통해 1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AP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다. AP가 ‘두뇌’라면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얼굴’과 같다.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애플이 삼성으로부터 이들 부품을 구매하는 것은 삼성 부품을 사다 쓰는 게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해서다.

애플은 아이폰6에 들어갈 20나노 AP 주문을 대만 TSMC로 돌렸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쓰이는 AP를 전량 공급해왔다. 애플의 견제에 삼성전자는 실력으로 대응했다. 업계 최초로 14나노 테스트칩을 개발하고 연내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이다. 디스플레이에서도 애플은 일본 샤프와 대만 AUO 등으로부터 받는 아이패드용 물량을 늘렸다. 하지만 제때 품질 좋은 패널을 공급받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시장을 내다보고 휘는 디스플레이 관련 선행 기술 확보에도 주력해왔다.

완제품 시장에서 삼성전자 갤럭시와 싸워야 하는 애플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세트 시장에서 한 치 양보 없이 시장쟁탈전을 벌이기 위해선 ‘적(삼성)과의 동침’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 개발에 주력한 덕분에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애플의 삼성 부품 구매 확대는 “삼성은 혁신보다 마케팅에 더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는 대만 경쟁사들의 비아냥이 틀렸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윤정현 산업부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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