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눈]여름철 코스피 2조 산 연기금…바구니 담은 종목은?

입력 2013-08-23 15:14   수정 2013-08-23 16:20

지난달부터 연기금이 국내 증시에서 꾸준히 '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를 비롯해 시총 상위 종목군 중 가격 매력이 돋보이는 소재 산업재, 조선주 등을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 우려로 국내 증시가 부침을 겪은 상황에서 과거 매수 패턴에 비춰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추가로 주식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지난달 1조2028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22일까지 9382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최근 두 달 새 2조원 넘게 '사자'에 나서면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역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였다. 7월부터 이달 22일까지 3276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밖에 소재산업재와 조선주, 금융주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10위권 내에선 철강주인 포스코(1509억원 순매수)와 조선주인 현대중공업(1183억원), 화학주인 LG화학(1030억원), SK이노베이션(910억원) 등이 눈에 띄었다.

금융주도 가격 매력 부각에 힘입어 KB금융(905억원), 신한지주(742억원), 우리금융(632억원) 등 세 종목이 편입됐다. 경기 방어주 종목군에서는 한국전력(1359억원), KT&G(769억원)가 자리를 차지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연기금이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잣대로 삼아 대형주 중심의 주식 포트폴리오 비중 확대 구간이 진행됐다"며 "조선주의 경우 유럽 경기 회복과 양호한 수주 등 구조적 업황 개선에 염두를 두고 베팅, 강한 매수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반면 엔화 약세와 파업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는 상대적으로 배제되는 모습이었다.

연기금은 특히 지난달 화학과 철강, 조선주를 적극적으로 담았고, 이달 들어서는 기존 매수 목록과 함께 정보기술(IT), 전기가스 비중을 높였다.

이달의 경우 지난달 매수 상위 20위권에 속하지 못했던 SK하이닉스를 725억원어치 담아 2위에 올랐고, LG전자(200억원)도 16위를 차지했다.

가격 매력이 다소 떨어진 소재주는 매수 강도가 다소 떨어졌고, 7월 부진한 흐름을 보인 일부 IT주들을 편입했다는 분석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 화학주들이 반등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상대적으로 돋보인 종목군들을 새로 편입했다"며 "경기민감주 중심의 매수 전략에 비춰 장기 관점의 글로벌 경기 개선 전망을 포석으로 두고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연기금의 주식 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미국 출구전략과 이에 따른 신흥국 금융위기설로 한 차례 부침을 겪은 국내 증시의 하방경직성이 다소 강화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현재 국내 증시는 향후 12개월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8.8배로 과거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섰던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자산 배분 전략 상에서 채권 비중을 줄이고 주식 비중을 늘려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국내 증시는 PER 7~15배 구간에서 움직였고, 연기금은 8.5배~9배 국면에서 주식을 가장 많이 매수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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