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 이행·경기 활성화…정부 지출 확대 불가피
국가 부채비율 40% 위협…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
내년도 나라살림의 적자 규모가 2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23조4000억원(정부발표 기준)에 이어 2년 연속 국내총생산(GDP)의 2% 가까운 재정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5조원의 공약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촉발된 최근의 증세논란이 재정건전성 논쟁으로 확산될 경우 복지공약 속도조절 내지 축소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될 전망이다.
○멀어져가는 균형재정
23일 정부와 청와대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적자예산 편성계획을 마련, 내주 중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세수가 10조원 이상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지공약 이행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출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20조원 상당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균형재정 달성 시점도 무척 불투명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해 작성한 중기재정계획에 따라 올해 균형재정을 달성한 뒤 2014년부터 국가 부채가 감소해 2015년부터는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현재 34%대에서 20%대 후반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지난 5월 19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재정적자 규모도 4조7000억원에서 23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이명박 정부도 균형재정을 강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대응을 이유로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며 “임기 내 국가부채비율을 20% 후반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대 걸림돌은 세수 감소
정부가 내년도 재정적자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세수 부족이다. 정부는 당초 총지출 증가율을 총수입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해 임기 내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부채 비율도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만 세수가 전년 대비 10조원 감소하면서 이 같은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추경을 편성하면서 세수 부족분 12조원을 보전했지만 이는 지난해 예산편성 당시 과다계상한 부분만 수정한 것”이라며 “올해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부족은 반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예산안을 짜면서 정부는 올해 실질GDP 증가율을 4.0%로, 2014년에는 4.3%로 잡았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내년 전망치를 4.0%로 수정했다. 이 결과 지난해 예산안 편성 당시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이 2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10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은 물론 향후 5년간 세수 전망의 기준점도 대폭 낮춰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활성화냐 재정건전성이냐
정부의 딜레마는 경기 회복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내년도 예산을 경기대응형으로 짤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 재정건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재정적자가 20조원을 넘어설 경우 공식적 국가부채만 500조원을 넘어서게 되고 부채비율은 38%대로 급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짠 중기재정 계획상 내년도 국가부채비율 31.4%와의 괴리도 커지게 돼 부채관리에 대한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내에서도 재정건전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국가부채비율 40%가 위협받는 순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등급 조정을 위해 기재부와 정례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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