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 & 李대리] 음주가무 달인, 군대 무용담만 침묵 "저 군종병이라 할 말 없어요" 빵 터져

입력 2013-08-26 17:01   수정 2013-08-27 00:24

'진짜 사나이' 는 괴로워
카투사라 영어 잘하는 줄 알았는데…굳어버린 혀에 회사생활도 꼬여

괴롭히던 선임에 복수
전역 후 8년만에 이메일 연락 "너희 회사 경력직 자리 있니"
답장 없이 휴지통 버려 '통쾌'

예비군 훈련 때문에 ㅠ
입사 5년차 막내라 허드렛일 계속 미루다가 벌금 100만원
여름휴가 써가며 훈련 마쳐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착한 남자, 일명 초식남이 대세를 이루면서 오히려 ‘진짜 사나이’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든 만큼 존재가치도 더욱 빛난다. 하지만 이들도 어두운(?) 과거가 없진 않다. ‘남자답다=터프한 군대생활’이라는 편견이 통하는 분위기에서 방위를 다녀왔거나 혹은 군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군대 선임이었던 사람을 사회에 나와서 다시 보고 싶은 이도 드물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나는 후임병에게 잘해줬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정말 편하게 해주는 선임이었다”고 기억하는 이들은 찾기 어렵다. 선후배를 유난히 많이 따지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이라면 더더욱 기수 밝히길 꺼린다. 편견도 많다.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을 뜻하는 카투사(KATUSA) 출신 중엔 영어 실력을 말하기조차 쑥스러운 경우도 없지 않다.

예비군 활동은 ‘현재진행형’인 군대 생활이다. 예비군 훈련을 마친 날 저녁에 약속이 있을 때면 군복을 입고 가야 할지 고민한다. 정장을 입어야 멋이 나는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그나마 예비군 훈련을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 다행이다. 바쁜 직장 생활 탓에 계속 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칫 경찰서에 출두하고 벌금을 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다시 엮이기 싫은데 말입니다”

“ㅇㅇ야 잘 지내니? 나 ㅇㅇㅇ인데 기억해?”

중견기업에 다니는 A대리는 최근 낯익은 이름의 발신자로부터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8년 전 군 복무 시절, 다섯 달 선임이었던 B씨의 이메일이다. A대리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A대리가 기억하는 B씨는 인격모독에 가까운 막말과 밑도 끝도 없는 ‘지적질’로 군 생활 내내 그를 힘들게 한 사람이었다. 후임들을 별 이유 없이 구타하는 일도 많았다. B씨는 이메일에서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는 자신의 근황을 줄줄이 소개한 뒤 “그때 내가 힘들게 한 게 많았는데 서운했으면 풀라”고 했다. 이후 곧바로 ‘본론’에 들어간 B씨. “네가 그 회사에서 일한다는 건 ㅇㅇ 통해서 알고 있었어. 그런데 이직을 준비하다가 너희 회사 계열사에서 뜬 채용공고를 봤는데, 궁금한 게 많아서··· 좀 물어봐도 되겠니?”

B씨는 연봉 수준, 팀 내 분위기 등을 물으며 “언제 술 한잔 하자. 답장 기다릴게. ^-^”라는 닭살 돋는 인사말을 남겼다. A대리는 답장을 했을까. 자기가 필요할 때만 잘하는 B씨의 성격, 2년 가까이 같이 있으면서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다.

선·후임병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보험사에 다니는 C대리는 음주가무의 달인이다. 술자리에 가면 분위기를 주도하고 노래방에 가서도 온갖 최신 유행 댄스를 섭렵하는 스타일. 여자친구가 자주 바뀌어 사내에서는 자유연애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한다. 하루는 회식자리에서 군대 얘기가 나왔다. 남자 직원들이 온갖 무용담을 늘어놓는데 그날따라 C대리는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이었다.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의 C대리에게 모두 “혹시 군대 안 갔다 왔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어진 C대리의 대답에 다들 빵 터지고 말았다. “저 군종병이어서 할 얘기가 없네요….”

C대리는 군부대 내 법당에서 스님과 함께 생활하며 스님을 수행하는 병사였다. 불심이 깊은 사람만 그 보직을 받을 수 있는데 놀기 좋아하는 C대리가 군종병이었다니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 결국 이 경험을 계기로 C대리는 불심이 깊어져 결혼도 불자와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현재진행형인 예비군 훈련의 고충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D대리는 입사 5년차지만 팀 막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입사 후 재무팀에서 매달 실적 집계, 분기별 사업계획 작성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가 작년에 겨우 대리 진급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케팅팀으로 부서 이동하는 바람에 또 부서 막내 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문제는 그동안 너무 바빠 예비군훈련을 제때 가지 못하고 미뤘던 것.

결국 D대리는 예비군훈련기피로 벌금 100만원을 내게 됐는데 급기야 예비군 중대로부터 고발조치 및 지명수배까지 받을 처지에 놓였다. 지방이 고향인 D대리는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탓에 이런 내용의 우편물도 제대로 챙겨보지 못했다. 걱정하던 D대리는 결국 하루 월차를 내고 경찰서에 출두해 사정을 설명하고 받느라 여름휴가와 연차를 다 써가며 밀린 예비군 훈련을 받았다.

D대리는 “바쁜 회사 업무가 죄냐”며 “친구들은 회사에서 예비군훈련 기간만 되면 바람 쐬고 온다고 나갔다 오는데, 대체인력이 부족하고 일손이 달리는 중소기업은 서럽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카투사라 영어 잘한다는 생각은 착각”

출신 부대에 따른 편견을 극복하기도 쉽지 않다. 얼마 전 대기업에 입사한 G씨는 요새 영어 얘기만 나오고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 회사에서 그의 별명은 바로 ‘짝퉁 카투사’. 처음 입사했을 때 회사 선배들은 G씨가 카투사 출신임을 알고 영어 회화에 능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의 실력이 변변치 않았던 것. 오히려 카투사에 있는 미군 동료들의 비속어를 배운 탓에 억양마저 형편없었다.

카투사에 대한 편견은 이뿐만이 아니다. 외출도 자주 하고 근무 강도도 헐렁하다는 인식이 많다. 중소업체에 다니는 H과장은 회사 상사들이 카투사에 대한 편견을 늘어놓을 때마다 화가 치민다. H과장의 경우 카투사 전투병 출신으로 미군들과 함께 군장과 총을 메고 뛰어다녔기 때문이다. H과장은 미군 중에서도 특별히 우수한 군인만 달 수 있다는 우수병사인증(EIB)까지 받았다. 그는 1주일에 1회씩 20㎞를 완전군장으로 행군할 정도로 강훈련을 받았다. G씨 또한 공익으로 간 회사 선배들까지 카투사가 편하다고 놀리는 것에 화가 났다. 그는 “외박을 자주 나온 건 맞지만 람보 같은 미군들이랑 어깨를 부딪치며 훈련받은 건 정말 힘들었다”며 “카투사가 편할 줄 알고 지원했지만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신영/전예진/임현우/박한신/강경민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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