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애환…별이 되어 빛나다

입력 2013-08-26 17:26   수정 2013-08-27 00:11

성곡미술관, 천재 조각가 구본주 10주기展



전시장에 들어서자 양복바지 차림에 구두를 신은 거대한 남자의 다리가 관객의 눈에 들어온다. 다름 아닌 샐러리맨의 다리다(‘하늘이 무너지다’, 1999). 굳건히 내디딘 그의 두 다리 위로 샐러리맨 형상을 한 수백개의 작은 인형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화려하게 빛난다.

묵묵히 가정을 지탱하는 샐러리맨을 이 시대의 영웅으로 묘사했던 조각가 고(故) 구본주의 대형 설치 작품 ‘별이 되다’가 오랜만에 관객과 만난다.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이 오는 10월13일까지 진행하고 있는 작가의 10주기 추모전 ‘구본주, 세상을 사랑한 사람’(서울시·네오룩 후원)에 이 작품이 모처럼 출품됐기 때문.

2003년 9월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재일동포 하정웅 씨의 신진 작가 지원프로그램에 당선돼 한창 준비하던 것이 바로 이 작품이었다. 당시 그는 1000개의 샐러리맨 인형을 제작해 천장에 매달 계획이었는데 불과 2개를 만든 상태에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했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이 작가의 뜻을 이어받아 샐러리맨 인형을 직접 만들어 작품을 완성했다. 이 최후의 작품은 이후 구본주의 예술혼을 압축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평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평범한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근본적인 힘이라고 믿었던 그는 표현성이 강한 구상조각으로 당시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었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와 1993년 26세의 나이로 MBC 구상조각대전 대상을 받음으로써 일찌감치 천재의 등장을 알렸다. 고향인 경기 포천에 작업장을 짓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작업에 몰두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부인 전미연 씨의 말대로 “그는 한순간도 작업에서 손을 뗀 적이 없었다” 그리고 “삶과 예술이 하나였던 사람”이었다.

한때 민중미술 운동에 간여하기도 했지만 그의 관심은 정치적 운동에 있었던 게 아니라 보통사람에 대한 연민과 세상을 지탱하고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써 민초의 잠재력을 드러내는 데 있었다. 그런 그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이번에 출품된 90여점의 작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1전시관 앞 야외에 설치된 ‘갑오농민전쟁’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민초의 타오르는 열망을 죽창을 들고 힘차게 발을 내디딘 농민의 역동적 몸짓과 단단한 근육질 육체 속에 구현했다. 무대처럼 생긴 강철판 위에 쓸쓸히 서 있는 도시 샐러리맨을 묘사한 ‘배대리의 여백’에는 작가의 연민이 진하게 배어 있다.

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리는 나무 조각 ‘미스터 리’는 주관을 허용하지 않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 한없이 머리가 작아져 버린 우리 자신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이 대리의 백일몽’은 마치 스키 타듯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샐러리맨의 일상을 풍자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천남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치열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마주했던 작가의 예술혼과 노작이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번 전시가 작가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조명하고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반 5000원, 학생 4000원. (02)737-765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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