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에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약칭 화평법)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이 이 법률의 과도한 규제로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도 비공식적으로 우려의 뜻을 표명, 자칫 화평법이 국제 통상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지 8월22일자 A1,5면 참조
26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주미 한국대사관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서한을 보내 “화평법 때문에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는 화평법의 규제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의 화학물질등록제도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고 보고 있다”며 “이번 서한 이전에 구두로도 여러 차례 항의를 해왔다”고 전했다.
화평법은 지난 4월 화학물질 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당시 재적 의원 201명 중 기권 4명을 제외한 197명 전원 찬성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기존 화학물질뿐만 아니라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서 용량에 관계없이 모두 등록을 의무화함으로써 해당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판매·제조업체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 화평법은 세계에서 가장 규제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보다도 구속력이 강한 조항을 담고 있다. REACH는 1t 미만 신규 화학물질에 대해선 등록을 면제하고 있다.
국내에서 2015년부터 화평법을 적용받게 될 미국 기업은 화학업체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대표적이다. 듀폰과 다우케미컬은 각각 울산과 전남 여수에 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 측은 이들 기업이 생산·판매하는 화학물질의 시험 및 등록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용도, 사용·판매량, 배합비율 등 관련 정보가 유출될 경우 기업 노하우 및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최근 화평법과 관련, 비공식적으로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규제수위를 최소 EU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화평법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통상 마찰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미현/김현석 기자 mwise@hankyung.com
■ 화학물질 등록·평가법
모든 신규 화학물질과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판매하는 기존 화학물질을 매년 당국에 보고하고 등록 절차를 거치도록 한 법.
화학물질 수입·판매업체들에 적용되지만 물질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USTR, 한국정부에'화평법'공식 항의…유럽 규제보다 강도 높아 통상마찰로 비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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