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49) 지방재정과 자치

입력 2013-08-28 17:24   수정 2013-08-28 20:59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한때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성지로 불렸던 디트로이트시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일단 빚 갚는 것을 중단하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생을 꾀하는 절차인데 회생에 실패하면 자산을 팔아 채권자들에게 나눠주는 청산에 들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재정 상황은 어떨까?

디트로이트시의 부채는 185억달러로 지난해 시 예산의 7배가 넘었다. 세수 등으로 걷히는 돈을 다른 곳에 전혀 쓰지 않고 7년을 갚아도 모자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전체 244개 지자체 가운데 상태가 가장 좋지 않다는 경기도 용인시 부채는 예산 대비 39% 정도이다. 전국적으로 25%를 넘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예산 대비 부채 규모만 보면 심각하지 않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지자체 채무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2006년 말까지 지자체 채무 증가율은 연간 3%를 넘은 적이 없는데 2007년부터 급속히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34%를 넘고 말았다. 최근 2년간 지자체 채무 전체 규모가 다소 감소하기는 했지만, 2006년까지 17조원대이던 것이 2012년 말에는 27조원이 넘은 것이다. 둘째, 지자체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지자체 산하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전체 부채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 지자체 채무 전체 규모는 27조원 남짓이지만, 산하 공기업 부채 등을 합하면 100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지자체 재정이 걱정스러운 근본적 이유는 지자체 재정이 중앙정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 지자체 관계자들의 재정에 대한 책임감이 낮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자체 예산에서 지방세 등 자체 수입으로 충당되는 비율인 재정자립도는 올해 51.1%에 불과하다. 그나마 특·광역시 재정자립도 66.8%가 평균을 끌어올린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이렇게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재정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는 데도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는 별도 선거에 의해 정해져 정치적으로 독립하다 보니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 지자체의 호화 청사나 경전철 등 과잉 시설투자 문제 등도 이런 불균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연임을 할 수 있다지만 4년 임기의 지자체장이 임기 이후에, 더구나 지자체가 온전히 책임지지 않을 수 있는 빚에 대해 얼마나 신중할 것이냐는 당연한 의문이 든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도를 법적으로 도입해 지자체장들이 책임 소재에 민감해지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그러려면 먼저 지자체 재정자립이 어느 정도 해결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중앙정부가 걷는 국세와 지자체가 걷는 지방세 체계도 정비돼야 할 것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재정적으로 얼마나 독립하는가는 자식의 자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독립할 때는 독립해야 서로 책임 있는 생활과 관계를 영위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18년, 정부와 지자체도 ‘자치’라는 명칭에 걸맞은 건전한 재정적 관계를 재정립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sejinmin@dongguk.edu >




▶[화제] 급등주 자동 검색기 '정식 버전' 드디어 배포 시작
▶[은행이자보다 3배 수익으로 알려진 호텔식 별장]


▶ [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48) 독과점의 문제
▶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테샛 경제·금융 골든벨' 앱 나온다
▶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경제신문 만들기·신문 스크랩·경제 우수 지도안…
▶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테샛은 대학편입·韓銀입사에도 큰 도움"
▶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20회 테샛 평균 59점…1등 김상연 씨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