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에 발목잡힌 '부동산 법안'

입력 2013-08-29 17:46   수정 2013-08-30 04:56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


“이번 전·월세 대책은 수도권과 광역시 주민들에게만 해당된다면서요? 지방 중소도시 주민들은 국민이 아닌가요?” 자신을 경북 구미시에 사는 세입자라고 소개한 직장인 윤모씨는 정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전·월세시장 안정화대책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윤씨를 비롯한 지방 거주자들이 ‘소외감’을 호소한 것은 주택 구매 촉진을 위해 마련했다는 ‘생애최초 내집마련 모기지(주택담보대출)’제도다. 이 제도는 저소득 무주택자가 생애 최초로 집을 살 때 연 1.5%의 초저금리 담보대출을 해주는 모기지다. 서울 거주 무주택 서민이 최대 대출한도액인 2억원을 빌린다면 연간 이자비용은 300만원에 불과하다. 기존 다른 모기지의 기본 금리(연 3.3%)에 비해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파격적 혜택을 주는 모기지 활용 대상지역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과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의 아파트로만 한정됐다는 게 지방 세입자들의 불만이다. 강원·충청·호남·영남지역의 중소도시 주민들은 새 모기지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정책 실효성 차원에서 시범사업 지역을 대도시 위주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모기지에 지원되는 국민주택기금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얘기다. 수도권과 광역시는 지방 중소도시보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아 내집 마련 부담이 크고, 주택 수요도 풍부해 향후 집값 하락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란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전셋값 상승률은 2.02%로, 수도권(2.1%) 및 5대 광역시(2.14%)와 비슷한 수준이다. 윤씨가 거주하는 구미시는 6.36%나 올라 수도권보다 세 배 정도 뛰었다. 지방 주민들은 대도시보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탓에 전셋값 상승에 따른 체감 고통이 훨씬 크다고 호소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책 기금의 안정성’을 명분으로 지방 주민들을 소외시킨 것은 탁상행정 아니냐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총인구(지난달 안전행정부 기준)는 1565만4389명으로 전국(5106만4841명) 인구의 30.7%에 달한다. ‘8·28 전·월세 대책’은 지방 세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김보형 건설부동산부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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