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의 '드라이브'…인사 속도낸다

입력 2013-08-29 18:01   수정 2013-08-30 02:25

인사이드 Story

한수원 30일 임추위
조석 前차관 등 3명 압축

코레일·한국거래소 등 내달초 후보 지원·선정

추석 전후 마무리될 듯




지난 6월 중단됐던 공공기관장 인선이 재개됐다. 청와대가 후보군을 당초 3배수에서 6배수로 늘려 검증을 강화하겠다며 인선 작업을 중단한 지 3개월 만이다. 늑장 인사에다 관치 논란까지 일으키며 낙제점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정부 인사가 청와대의 새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 체제에서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기관장 인선 속속 재개

29일 정부와 복수의 공공기관에 따르면 코레일 한국거래소 한국수력원자력 등 청와대 지시로 기관장 선임 절차를 중단했던 공공기관들이 인선 작업을 재개했거나 재개를 앞두고 있다. 코레일은 30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다음달 7일까지 사장 후보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다음달 5일 이사회에서 이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임추위를 재구성하기로 했다.

에너지 공기업들은 대부분 인선 작업에 재돌입한 상태다. 서부발전은 이날 16명의 지원자 중 서류전형을 통과한 5명에 대해 면접을 진행했다. 22명의 후보가 지원한 남동발전도 이날 임추위를 열고 오는 31일 면접을 실시한다.

에너지 공기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수원은 이날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장직 공모에 지원한 19명을 대상으로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압축한 후보자 3명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회(공운위)에 제출했다. 공운위는 다음주 중 사장 후보를 낙점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날 청와대 인사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8명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자회사 CEO 후보를 2배수로 청와대에 추천했지만 자회사 3곳에서 이 회장이 올린 1순위 후보가 탈락하고 2순위 후보가 낙점되는 ‘이변’이 발생해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일부 1순위 후보들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검증 시기가 길어져 2순위로 추천된 사람이 낙점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 불신 씻어낼까

이처럼 공공기관장 인선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청와대의 달라진 기류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는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전임 허태열 실장 때는 ‘관치 인사 논란’ 등으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당시 청와대는 공공기관장 인선 시 후보군을 기존 3배수에서 6배수로 늘리고, 검증 과정도 한층 세밀하게 다듬느라 지난 6월 이후 거의 두달간 인선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6개월을 평가하는 다수 여론조사에서도 인사 부문은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신임 김기춘 실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인사 검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은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해 인사 문제를 놓고 질질 끄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미 내부적으로 상당수 공기업 인사에 대해 최종 후보를 단수로 올려 대통령의 재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친박계에 대한 ‘보은 인사’와 지나친 관치 인사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면서도 능력이 검증된 인사가 주요 공공기관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같은 기준이 너무 엄격하게 적용될 경우 내부 출신 등으로 인재 풀이 한정돼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미현/도병욱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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