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입銀 증자에 한은더러 돈 찍어 출자하라니

입력 2013-08-30 18:00   수정 2013-08-31 01:56

기획재정부가 수출입은행 증자를 위해 한국은행에 추가 출자를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2017년까지 1조8000억원을 증자할 계획인데, 이 가운데 20%를 한은이 부담토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은이 현재 이 은행 지분(16.1%)을 보유 중이라는 점을 내세워 전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가 수출입은행 증자를 하려는 것은 해외 건설·플랜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취지는 좋지만 수은의 해외수주 지원확대를 마냥 환영할 일도 아니다. 더구나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일은 맞지 않다. 그것도 이자부 대출이 아니라 공짜 출자금이다. 한은법에 규정된 금융시장 안정 기능과도 관계없다.

한은이 수출입은행 지분을 갖게 된 것은 과거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을 살리기 위한 궁여지책의 산물이다. 자금을 외환은행에 바로 투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수출입은행을 경유해 지원하는 우회수단을 썼던 것이고 그 결과 여태 지분을 갖게 된 것이다. 정부가 진작에 털어줬어야 할 지분을 되레 증자에 끌어들이는 빌미로 이용하려 드는 꼴이니 논리도 궁색하다. 한은은 주택금융공사 지분(36%)도 갖고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해소를 위해 한은을 동원해 시중은행들에 저리 대출재원을 만들어준 결과다. 이 역시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불특정 다수인 국민을 지원한다는 최소한의 명분은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회사채시장 정상화 때도 한은에 정책금융공사 지분 출자를 요청했던 바 있다. 툭하면 한은을 끌어들이려는 발상이 위험하다. 재정상황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는 무역보험공사 증자에도 2017년까지 4800억원을 출연해야 한다.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합치는 과정에서도 돈이 또 얼마나 들어갈지 모른다. 한은 출자금은 가공의 돈이다. 땀 냄새도 없고 세금으로 걷어들인 돈도 아니다. 정부는 무슨 숫자의 마술을 부리자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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