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쉬쉬' 하지 마세요

입력 2013-09-01 15:34   수정 2013-09-01 15:38

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 (14) 치매, 극복할 수 있다


가정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환자는 물론 이를 간호하는 가족들의 고통도 말할 수 없이 크다. 한양대에서 치매 환자 가족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치매 환자 곁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는 응답자는 27%였다.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한 사람도 51%에 달했다. 가족이나 간병인이 거의 24시간 환자 곁에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치매 발병에서 사망까지 기간은 보통 10~15년 정도다. 그만큼 간병해야 하는 기간도 길다는 얘기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지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이 희생하기보다는 가족끼리 서로 도와가며 치매 환자를 돌보는 게 바람직하다.

치매는 간병도 어렵지만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도 문제다. 아직도 치매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늙어서 망령났다’라는 말에서 잘 묻어난다. 치매를 단순히 ‘노망났다’는 정도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암 진단을 받으면 친지들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지만 치매에 걸리면 환자와 환자 가족은 쉬쉬하게 마련이다.

가까운 일본의 상황은 좀 다르다. 치매라는 말 대신 ‘인지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치매를 명확하게 병이라고 인식해서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치매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알츠하이머 병’이라고 정확히 명명하고 있다. 환자나 가족에게 치매가 질병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는 일이다.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국가 치매 포털 홈페이지도 운영되고 있다. ‘치매 극복의 날’이라는 행사와 미디어 광고 등을 통해 치매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암과 함께 가장 피하고 싶은 질병 중 하나가 치매다. 하지만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환자와 환자 가족 중심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다. 치매는 더 이상 한 개인이나 가족이 아닌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다.

치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나 전문 치료, 요양시설 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박기출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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