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분야 '손톱 밑 가시'도 뽑는다

입력 2013-09-01 16:48   수정 2013-09-02 00:18

디자이너도 R&D인력 인정…환자 검사결과 병원간 온라인 교환 허용

미래부, 10월까지 규제완화
산업부 등 8개부처와 TFT 구성…3대 분야 22개 과제 개선키로




#1. 지난해 신형 자동차 개발을 위해 시험차량 제작에 1억원을 들인 A사는 테스트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도 내년에는 차를 폐차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상 시험차량의 임시 운행 허가 기간(2년)이 끝나 연구개발(R&D)을 지속하려면 새 차를 만들어 신규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활용해 혈당 측정, 투약 등을 관리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B사는 최근 사업 포기까지 검토하고 있다. 해당 기술이 의료기기로 분류되면서 상당한 돈을 투자해 의료기기 제조업 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서다.

낡은 정부 규제로 인해 R&D, 상품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들이다. 창조경제 실현을 가로막는 이 같은 ‘손톱 밑 가시’를 빼내기 위해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오는 10월 말까지 대대적으로 과학기술 분야 규제 개선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창조경제 손톱 밑 가시 빼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식품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중소기업청 농업진흥청 등 8개 부처와 산업계, 학계, 연구계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과학기술규제개선추진위원회’를 발족한다고 1일 발표했다. 추진위는 2일 첫 회의를 열고, 10월 말까지는 과학기술 규제 종합 개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부처별로 연구개발 단계의 규제 완화를 시도했지만 R&D, 개발인력, 연구장비, 연구단지, 사업화 등 창조경제 가치사슬 전반을 점검해 범부처 차원의 규제 개선안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자이너도 R&D 인력으로 인정

추진위는 창조경제 실현, 자율적 연구환경 조성, 합리적 연구제도 도입 등 3대 분야 22개 과제를 선정하고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신기술 사업화 분야에선 이공계 전공자만을 기업 부설 연구소 전담 인력으로 인정하는 규정이 정비 대상으로 꼽힌다. 아이폰 같은 융합제품을 개발하려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비이공계(인문·사회과학·디자인 등) 전공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을 연구소 인력으로 인정하지 않아 기업이 부설 연구소를 운영할 때 각종 세제, 병역특례 혜택을 받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스마트헬스케어 분야에선 의료기기 제조업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가 검토된다. 주목적이 의료 행위가 아닌 경우에는 허가 대신 신고만으로도 제품 개발과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구다.

○시험차량 허가 기간 5년으로 연장

신차 개발을 위한 R&D 시험차량의 임시 운행 허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허가 기간이 2년에 불과해 멀쩡한 시험차량도 폐차시키거나 창고에 방치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양산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임시 운행 허가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병원 간 온라인을 통해 환자의 의료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환자가 병원을 바꿀 때 중복 검사를 받지 않고도 의료기록을 쉽게 넘겨받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정부 R&D 과제에 참여한 기업이 내야 하는 기술료도 실제 수익이 발생한 이후에만 일정 비율로 내는 경상기술료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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